미국 프로농구(NBA) 명문 구단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북미 아이스하키(NHL) 로스앤젤레스 킹스의 구단주 제리 버스가 18일 (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로스앤젤레스 세다-시나이 병원은 암 치료를 받던 버스 구단주가 이날 오전 6시께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버스 구단주는 레이커스를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프로 스포츠팀으로 키웠을 뿐 아니라 미국 프로농구(NBA)를 중흥시킨 인물이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버스는 식당 여종업원인 가난한 편모슬하에서 어렵게 컸다.

너무 가난해 고등학교도 겨우 마쳤지만 와이오밍대학을 거쳐 미국 서부 명문대학인 로스앤젤레스의 USC에서 물리화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잇달아 받았다.

더글러스 항공에서 일하던 그는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려 사들인 땅에서 석유가 발견돼 순식간에 거부가 됐다.

1979년 버스가 레이커스와 킹스를 한꺼번에 사들였을 때 NBA는 결승전을 녹화 중계할 만큼 인기가 없었다.

레이커스를 인수한 버스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초청해 코트 주변 좌석에 앉혔다.

잭 니컬슨, 덴젤 워싱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은 레이커스 홈 경기에 단골손님이다.

미모의 20대 여성들이 춤을 추며 응원하는 치어리더도 농구장에 도입했다.

무엇보다 버스는 카림 압둘 자바,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드와이트 하워드 등 당대 최고의 선수를 레이커스로 끌어들였다.

팻 라일리, 필 잭슨 등 손꼽히는 명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레이커스의 경기는 스타 감독과 스타 선수들이 펼치는 플레이 뿐 아니라 치어리더 공연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까지 곁들인 화려한 '볼거리'가 됐다.

버스가 구단주로 재임한 33시즌 동안 레이커스는 10차례 NBA 정상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딱 두 번 뿐이었다.

NBA 데이비드 스턴 커미셔너는 "오늘날 NBA는 버스의 덕에 이렇게 커졌다"면서 "농구 경기를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선각자"라고 추모했다.

그는 생전에 "나는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모두 성공시켰다"면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거기에 행운까지 곁들여졌다"고 말했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버스는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도 명판을 남기는 등 스포츠와 연예계 양쪽에서 거물로 군림했다.

말년에 암에 걸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자 그는 레이커스와 킹스 구단 경영을 두 아들과 두 딸에게 대부분 맡겨왔다.

아들 짐과 존, 딸 지니는 구단 부사장이며 막내딸 제이니는 구단 이사로 일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