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항공사고 사망자, 2000년의 절반 이하
엔진, 항법장치 개선, 위험정보 공유 등이 요인

전 세계의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 지난해는 1945년 이래 가장 안전했다고 미국 신문 뉴욕 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항공기 사고에 관련 웹사이트인 ASN(Aviation Safety Network)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항공기 사고는 23건이고 사망자는 475명이었다.

이는 2000년의 치명적 사고 42건, 사망자 1천147명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 4년 동안 치명적인 항공기 추락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반세기 이전 프로펠러기가 제트 엔진 여객기로 대체된 이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MIT대학의 아널드 바넷 통계학 교수는 지난 5년간 미국에서 항공기 탑승객이 사망할 위험은 4천500만 번 항공기를 탔을 때 한 번 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는 평균 12만 3천 년 동안 매일 비행기를 타야 한 번 추락사고가 있을 정도의 비율로 항공 운행이 안전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바넷 교수는 설명했다.

비행기 안전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엔진을 비롯해 전반적인 성능이 좋아졌다.

최신 항법장치와 경고 시스템이 과거에 흔히 발생한 공중 충돌이나 시계가 좋지 않을 때 산악지역 추락과 같은 사고 위험성을 대폭 줄였다.

감독기관과 조종사, 항공사는 사고 대응 차원을 넘어 예방 목적으로 예전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비행 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드보라 허스먼 위원장은 "종전에는 사고가 나고 사상자가 발생해야 절차나 정책, 교육훈련이 바뀌었으나 지금은 안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운행이 훨씬 안전해졌지만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 이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공항의 혼잡도는 높아지면서 활주로 이ㆍ착륙 시 접근에 따른 충돌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비행기 탑승객은 하루 200만 명이고 운행 회수가 3만 회를 넘고 있어 그만큼 안전성 유지는 쉽지 않은 과제다.

2009년 2월 콜간 항공사 여객기가 버팔로 인근에 추락, 50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는 일부 경험이 미숙한 젊은 조종사 고용과 대형 항공사에 비해 열악한 처우 등 지역 항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콜간 항공사 사고 이후 미국 연방항공국은 조종사의 휴식 기간을 늘리는 것을 의무화했으나 부조종사의 훈련을 강화하는 새 규정은 항공사의 반대로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2009년 1월 엔진고장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시켜 승객 155명 전원의 목숨을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전 유에스 에어웨이스 기장은 "항공기 사고가 없는 매우 안전한 시기를 맞아 모든 것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jami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