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정치불안 암초에 흔들
유럽 금융시장이 정치 불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비리 의혹에 연루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오는 25일 총선을 앞두고 긴축정책 폐기를 비롯한 각종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을 내세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치 불안으로 위태위태하게 이어져온 회복세가 꺾이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각각 연 5.39%, 4.48%를 기록했다.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11일에 비해 0.49, 0.36%포인트 가까이 뛰었다(국채 가격은 하락). 이에 따라 유럽 주요국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까지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3,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 불안이 주된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우파정당연합이 승리하면 재산세를 없애고 지난해 낸 재산세 40억유로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반면 지지율 1위였던 중도좌파 민주당은 자국 은행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총리 퇴진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한번 부인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라호이는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고 답하는 등 스페인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