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보육료와 양육수당 신청이 시작된 지난 4일 거의 모든 접수 창구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한다. 인터넷 접수창구에는 신청 개시 후 한 시간 만에 25만명이나 몰려 시스템이 다운되다시피 했고 대기자만 12만명을 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청을 위해 직접 주민센터를 찾는 사람도 긴 줄을 서야했고 보건복지부 콜센터는 하루종일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보편적 복지의 대표격인 무상보육 정책의 생생한 모습이다. 0~5세 아이가 있는 가정은 올해부터 소득과 무관하게 모두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게 됐다. 이달 말까지 아무 때나 신청하면 되지만 접수 창구는 이상하리만큼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다.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청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복지정책은 이처럼 반드시 복지 수요를 증폭시키게 마련이다.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공짜라면, 남들도 다 받는다면, 나도 일단 챙겨두고 보자는 게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요가 폭발하면 재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데 있다. 결국 올해 보육료에 2조5982억원, 양육수당에 881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심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다르지 않다. 당선인 측은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정부는 최소 2조~3조원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4~2017년 4년간 22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보편적 복지란 이처럼 탄력성이 높다. 일단 공짜라는 것이 알려지면 복지 수요는 당초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급증한다. “나요, 나요”하고 줄을 서기 시작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억누를 수 없다. 선택적 복지도 그런 터에 보편적 복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숨어 있던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복지정책을 설계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