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등록금 진통… 등록금 인상하면 국가 지원 못받아 '딜레마'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결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 등록금 동결이나 1% 내외 인하에 그칠 전망이다. '반값 등록금'을 바라는 학생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강대는 29일 현재 학교 측이 제시한 0.5% 인하안에서 인하율을 소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서강대는 이달 14일 4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까지 열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2주 동안 등심위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서강대 관계자는 "등심위는 교직원, 학생,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다" 며 "학교 측 입장을 무작정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 제시안에서 좀 더 인하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최근 등록금 동결 입장에서 물러서 1% 내외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 재정 형편만 보면 동결이 불가피하지만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학생들과 사회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설명.

대다수 대학은 동결 입장을 밝혔다. 성균관대, 세종대, 명지대 등은 학교 측이 동결안을 제시했다. 이번 주에 윤곽을 잡고 2월 초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다른 학교 분위기를 살피면서 등심위를 진행 중" 이라며 "현재로선 동결이 대세라 아직 등록금을 결정하지 못한 대학들도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등록금을 잠정 결정한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했다. 서울대는 0.25% 인하, 이화여대는 1.5% 인하로 학생 측과 합의했다. 동국대는 0.2% 인하했다. 지방대 가운데 부산가톨릭대, 동의과학대, 한국해양대, 부산과학기술대 등은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전남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려야 재정난을 해소하고 학업 환경도 개선시킬 수 있는데, 최소 동결하지 않으면 수십억 원의 국가장학금(II유형)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회적 여론도 부담되지만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 지원이 끊겨 직접적 타격을 입는다. 학생 개인이 아닌 대학에 배정되는 '국가장학금 II유형'은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수십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학생들은 더 큰 수준의 등록금 인하를 바라고 있다.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제도를 등록금 인하가 아닌 동결만 해도 되는 '면죄부'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등록금을 책정할 때는 정부가 대학 측에 인하 압박을 가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며 "정부 입장은 등록금 동결 대학까지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학교가 인하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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