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증시 이탈에 환율 19원 급등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28일 하루 만에 19원이나 급등했다. 가파른 원화강세에 대한 견제 심리와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엔화가치 하락)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9원 급등하면서 1093원50전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090원 선에 재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16일(1092원20전)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1050원 붕괴 직전까지 갔던 환율이 단숨에 1090원대로 치솟은 데는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려는 외국인의 자금이 몰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자금 상환을 위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환전용 달러수요가 몰린 것이다.

또 최근 가파른 엔저로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것도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에 영향을 줬다. 외국인은 이날만 주식시장에서 50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하며 3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원화강세를 예상해 선물을 내다판 투자자들까지 환율이 급반등하자 놀라 서둘러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급등을 부채질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자국 경기회복을 위한 환율전쟁에 나서면서 규모가 작고 자본이동에 제한이 없는 한국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과도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외화자금 유출입을 제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