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엔화가치 하락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혜를 보는 기업도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의료 업종 기업의 목표주가를 35차례에 걸쳐 상향했다.

목표주가를 낮춘 횟수는 9건에 그쳤다.

의료ㆍ바이오 업종은 대표적인 엔저ㆍ원고 수혜주로 꼽힌다.

음식료품 등 필수소비재와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에너지 등 업종에 대해서도 목표주가 상향건수가 하향건수보다 1.4배에서 7.5배까지 많았다.

반면, 경기소비재와 IT 업종 기업의 목표주가는 작년 9월 미국 3차 양적완화(QE3) 결정 이후 처음으로 하향추세로 돌아섰다.

연초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이들 업종 소속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하향한 건수는 모두 133건으로 상향(109건)보다 22.0% 많았다.

작년 10∼12월 하향 건수가 월평균 107건으로 상향 횟수(156건)보다 31.4% 적었던 것과 대조된다.

환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기 방어주에 쏠린 결과다.

개별 기업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업종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연초 이래 의료정밀(26.0%), 비금속광물(11.2%), 통신업(10.3%) 등이 유독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전기전자(-9.4%), 운수장비(-8.28%), 화학(-7.0%) 등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일부 종목은 환율 충격이 덜한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엔저ㆍ원고 환경을 기회로 실적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항공운송과 유틸리티 업종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5.6% 하락할 경우 IT하드웨어와 자동차 및 부품의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11.1%, 7.5%씩 감소하지만 제약ㆍ바이오, 운송, 유틸리티 업종은 오히려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의 엔저ㆍ원고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수혜주가 따로 없이 대부분 업종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장기적으로 수출 모멘텀이 확대되지 못한다면 고용 및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한국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유 연구원은 "항공주는 항공유 수입비용 감소와 해외 관광객 증가 등으로 꾸준히 혜택을 받겠지만 유틸리티는 단기적 호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엔저ㆍ원고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거의 수혜주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다정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