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미국 경찰을 농락하며 도피극을 벌인 '희대의 도망자'가 감옥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UPI 통신과 애틀랜타저널(AJC) 등 미국 언론은 1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검찰을 인용해 근친상간과 아동 성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찰스 파커(70)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치료감호 시설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맥데이드 검사는 "정의는 이뤄졌다"며 "파커가 재판이 내릴 수 있는 것보다 더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식 재판 개시 사흘을 앞두고 사망한 파커의 사인은 밝히지 않은 채 "파커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마지막 호흡을 했다"고만 전했다.

파커는 1982년 당시 재혼한 아내 몰래 12세 의붓딸과 성관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의붓딸이 10살 되던 해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난 그는 1983년 1월 2만5천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조지아주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희대의 도피 행각에 들어갔다.

수사당국은 미국 전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지능적인 도주 수법에 번번이 허탕만 쳤다.

신출귀몰하던 그가 덜미를 잡힌 것은 8개월 전이었다.

30년 전 자신이 살던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불과 4시간여 떨어진 플로리다주 매디슨의 한 보험 영업소에서 전자지문으로 흔적을 남기는 실수를 한 것.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은 파커의 지문이 30년 전 도주한 의붓딸 성관계 피의자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된 파커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도주범은 세상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야 말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