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평양 간 구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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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을 인터넷으로 본 나라는 226개국이나 된다. 작년 말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했을 때 유튜브가 공개한 나라별 기록에선 미국이 1억888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4616만건) 터키(4489만건) 한국(4113만건) 프랑스(3855만건) 영국(3800만건) 순이었다. 북한도 포함됐으나 조회수는 달랑 6건에 불과했다. 최고위층이나 평양에 상주하는 외교관이 접속했을 것이란다.
북한도 2000년대 들어 전국에 인터넷망을 깔기는 했다. 평양에 인터넷 카페도 한 곳 있어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일부 은행은 ‘전자은행’ 시스템을 구축해 인터넷뱅킹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자체 생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 교토통신 기자가 평양에서 북한제 태블릿 PC인 ‘삼지연’을 사용해봤다며 기사와 사진을 싣기도 했다.
이렇게 하드웨어는 웬만큼 갖춰졌으나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북한 인터넷 시스템 ‘광명’에서는 정부기관을 통해 걸러진 정보만 볼 수 있다. 통용되는 정보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인트라넷과 비슷하다. 인터넷의 특징인 개방성과 보편성이 차단돼 있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이 북한 인터넷을 ‘모기장 네트워크’에 비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식 웹사이트의 모든 페이지에 독특한 프로그램 코드가 숨겨져 있는 것도 남다르다. ‘김정은’이란 이름이 다른 글자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돼 있다. 북한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별’의 오른쪽 하단에는 윈도처럼 날짜와 시간이 표시되지만 연도가 2013년 대신 102년으로 올라 있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계산한 연도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북한 방문을 놓고 해석이 다양하다. 슈미트가 2011년 CEO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외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만큼 북한 시장을 탐색하고 개척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평소 ‘인터넷을 통해 가난을 극복할 수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을 밝혀 왔다. 북한 경제대표단도 2011년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들러 인터넷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체제유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북한이 짧은 기간 안에 바뀌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인터넷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마당에 언제까지 섬처럼 고립돼 있지는 못할 것이다. 기를 쓰고 막아도 북한에 휴대전화가 이미 150만대나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 정치적 셈법으로는 어려워 보이는 북한 개방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북한도 2000년대 들어 전국에 인터넷망을 깔기는 했다. 평양에 인터넷 카페도 한 곳 있어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일부 은행은 ‘전자은행’ 시스템을 구축해 인터넷뱅킹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자체 생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 교토통신 기자가 평양에서 북한제 태블릿 PC인 ‘삼지연’을 사용해봤다며 기사와 사진을 싣기도 했다.
이렇게 하드웨어는 웬만큼 갖춰졌으나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북한 인터넷 시스템 ‘광명’에서는 정부기관을 통해 걸러진 정보만 볼 수 있다. 통용되는 정보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인트라넷과 비슷하다. 인터넷의 특징인 개방성과 보편성이 차단돼 있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이 북한 인터넷을 ‘모기장 네트워크’에 비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식 웹사이트의 모든 페이지에 독특한 프로그램 코드가 숨겨져 있는 것도 남다르다. ‘김정은’이란 이름이 다른 글자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돼 있다. 북한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별’의 오른쪽 하단에는 윈도처럼 날짜와 시간이 표시되지만 연도가 2013년 대신 102년으로 올라 있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계산한 연도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북한 방문을 놓고 해석이 다양하다. 슈미트가 2011년 CEO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외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만큼 북한 시장을 탐색하고 개척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평소 ‘인터넷을 통해 가난을 극복할 수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을 밝혀 왔다. 북한 경제대표단도 2011년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들러 인터넷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체제유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북한이 짧은 기간 안에 바뀌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인터넷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마당에 언제까지 섬처럼 고립돼 있지는 못할 것이다. 기를 쓰고 막아도 북한에 휴대전화가 이미 150만대나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 정치적 셈법으로는 어려워 보이는 북한 개방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