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民生은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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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계획 경제는 작동원리 달라
두 체제 정책 조화는 소망에 불과
시장경제 강화가 민생을 위한 길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두 체제 정책 조화는 소망에 불과
시장경제 강화가 민생을 위한 길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새의 두 날개는 달려 있는 위치만 좌우로 다를 뿐, 모든 면에서 동질적이다. 그래서 두 날개 간에 아무런 충돌이나 마찰 없이 새는 잘 날 수 있다. 인간 세상도 두 바퀴가 동질적이어야 굴러간다. 두 바퀴가 모두 자본주의 시장경제든지, 아니면 사회주의 계획경제라야 일관되게 돌아간다. 물론 그 결과에는 하늘과 땅만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전자(前者)가 자유와 번영을 위한 필요조건인 반면에 후자는 가난과 질곡으로 가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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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제3의 길은 없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재료와 양념을 잘 섞으면 독특한 새로운 맛을 내지만 인간 세상에는 그런 조화가 없다는 말이다. 두 체제의 장점만을 골라 잘 조합하면 각 체제보다 더 나은 체제가 만들어져 사람들의 삶이 물질적으로 더 윤택해지고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소망은 그야말로 소망에 불과하다.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정 부분 계획경제를 가미한 이른바 혼합경제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체제가 아니다. 시장경제가 왜곡되어 돌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의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경제 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독일이 그런 수렁에서 다소 빠져 나오는가 싶더니 프랑스는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 모두가 이념의 좌표가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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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념은 민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 역사는 한 사회가 발을 딛고 서있는 이념에 따라 커다란 결과적 차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과 북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 중국, 홍콩, 유럽 각국의 사례 등등 수없이 많다.
민간의 경제 활동에 대한 정치인과 관료들의 개입이 강화되면 개인의 자율과 책임 의식은 희석되고 많은 사람들은 타인 의존적이 된다. 이들은 생산 활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개인과 집단이 땀 흘려 굴려가는 수레 위에 편승한 ‘식객’으로 전락한다. 그런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없는 이치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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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원리적으로 민생을 살리는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경쟁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 영역과 방법을 제한하고 전반적인 성장은 도외시한 채, 경제주체 간의 소득과 부의 이전으로 민생이 살아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는 당선인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서둘러 도입하기보다는 무엇이 민생을 위하는 길인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온정적이며 국민 대통합을 위한 정책으로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밥 먹고 살아가는 원리와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시장경제라는 두 수레바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민생을 위한 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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