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선제 대응’하고 ‘내실 강화’로 ‘안정 성장’을 이루며 ‘투명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계사년(癸巳年) 새해 재계 경영 화두의 4대 키워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년사의 공통된 전제는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되는 위기의식이다.

기업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새해 화두로 ‘예측 경영’을 제시했다. “남보다 빨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허창수 GS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사적으로 위험관리를 조율하고 현금흐름과 유동성 관리를 통해 변동성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장선도 상품 창출과 더불어 미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강화와 인재 확보 등을 주문할 예정이다. SK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은 김창근 부회장은 올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안정과 성장을 위해 동심동덕(同心同德), 즉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가자”고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해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1월2일 신년하례식에서 그동안 얘기해온 위기와 변화, 창의와 도전 등의 키워드 외에 새로운 중장기 차원의 경영 화두를 던질지 주목된다.

새 정부 출범과 경제민주화 정책을 의식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부각됐다. 대한항공은 사회와 나눔의 폭을 한층 넓혀나가겠다는 의미로 내년 경영 키워드를 ‘동행’으로 정했다.

경제 5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오늘의 위기를 각인시키고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장기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우려하며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원화 강세로 수출업계가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위기 극복의 DNA를 바탕으로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새해에는 전국의 근로자와 경영자가 선진 한국을 위해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양적 성장신화의 시대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질적 성장신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며 “규모의 성장이 아닌 체질 개선으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전예진/이유정/강영연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