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경제 기상도는 ‘흐림’이다. “일본과 같은 빙하시대(장기 불황)를 맞을 것(이코노미스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이 이끄는 연합정부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된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모험을 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자국 여론을 자극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독일 자체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0.7%로 추정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0.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전망이다.

프랑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소득자와 기업들은 부자증세 등 사회당 정부의 압박에 잇따라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 새해 프랑스 성장률은 “마이너스만 아니면 다행”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탈리아 정국은 긴축정책을 추진했던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물러나면서 안갯속에 빠졌다. 2월 총선에서 누가 다수당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은 몬티 총리의 재집권을 원하고 있다. 지지율 1위인 중도좌파 민주당도 긴축정책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반긴축파가 집권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스페인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590억유로(약 225조원)의 채권을 갚아야 한다. 카탈루냐 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주(州)들과도 협상을 벌여야 한다. 분리독립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이 중앙정부에 내는 분담금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유럽 1~4위 경제대국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얘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1%를 넘기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나온 일부 정책들이 올해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일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단기국채 무제한 매입 조치가 올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 등이 구제금융을 신청해 ECB의 국채매입이 시작되면 국채금리는 일정 수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정상들이 대형은행의 감독권을 ECB에 넘기기로 한 것도 좋은 소식이다. ECB의 은행통합감독을 시작으로 채무공동부담을 골자로 한 ‘은행연합’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한 협상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영구 구제금융 펀드인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도 출범했다.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까지 몰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