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매각되는 웅진코웨이 전체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 식구’라고 불러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쓰는 내내 윤회장은 실로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기업을 지키지 못해 직원들을 보내게 된 자책과 회한이 구절구절마다 녹아 있어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윤 회장의 이 마지막 편지야말로 기업이란 무엇이며 그 본질은 진정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기업은 많은 이익을 올려 살아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야말로 기업 존립의 목표다. 일자리나 가계소득, 사회기여, 세금납부는 그 결과일 뿐 결코 그 무엇도 이윤창출이라는 궁극의 목표와 동렬에 놓을 수는 없다. 기업이 살아야 사회적 후생도 커지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내야 나머지 모든 부차적 가치가 생산된다. 대기업이 잘 돌아가면 그 기업의 고용도 늘지만 중소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의 일감이 늘면서 트리클 다운 효과가 나타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잘나가야 납품업체들도 잘 돌아가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9988’이 된 것도 이런 과정의 결과다. 9988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 생태계를 고려치 않고 기업에 이윤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라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고 생존하는 것이 최대의 덕목인 동시에 가장 큰 애국이다. 공평이라는 정치적 가치를 기업에 들이대면서 기업을 흔들고 경제를 망치면 그 결과는 국민과 국가의 불행으로 나타날 뿐이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들에 이윤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걱정스럽다. 당선인은 윤 회장의 편지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