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으로 부각
특수부대 출신에 계약직 다수

지난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공격당한 사건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스러운 경호팀이 실체를 드러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사망한 미국인들 가운데 2명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위험 지역의 CIA 요원을 보호하는 'GRS(Global Response Staff)'라 불리는 경호팀의 일원이었다.

지난 몇 년간의 여러 사건에서 GRS의 존재는 이목을 끈다.

지난 2009년부터 살해된 CIA 직원 14명 가운데 벵가지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5명은 GRS에서 일했으며 이들은 모두 계약직이었다.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GRS팀의 레이먼드 데이비스가 2명을 사살해 몇 주간 구금된 일도 문제가 된 바 있다.

GRS의 역할이 점점 눈에 띄는 것은 CIA가 지난 10년간 준군사 역량을 확대해온 것의 일환이다.

CIA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비롯해 무인기를 동원해 특수작전부대와 협력해 이슬람 무장세력을 공격하고 있다.

CIA 베테랑들은 GRS팀이 첩보활동에 필수적 요소가 됐다고 전한다.

냉전 시대보다 위험한 테러 방지 임무에 투입되는 요원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CIA는 정보요원을 훈련할 때 이들이 GRS팀과 함께 일하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GRS팀은 높은 급여와 1년에 몇 개월을 쉴 수 있는 일정 때문에 들어온 계약직원들에 의존한다.

이들은 그 대가로 벵가지 같은 위험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의료보험이나 생명보험도 받지 못한다.

전·현직 정보 관리들에 따르면 외국에서 일하는 GRS 직원이 언제나 125명 정도 있으며 비슷한 수가 미국에서 훈련을 받거나 쉰다.

이들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계약직으로 주로 연 14만달러 이상 받으며 통상 외국에서 90~120일의 임무를 수행한다.

채용은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며 근래 퇴직한 전직 특수부대원이나 경찰 특수기동대 출신이 많다.

대부분은 무기를 다룰 줄 알지만, 자신들이 보호할 CIA 요원의 존재나 이동 상황을 노출하지 않도록 추가 훈련을 받는다.

CIA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 지역의 요원을 보호하려고 GRS를 만들었지만, 예멘, 레바논 등지의 무인기 기지나 CIA 시설과 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확대했다.

때로 GRS는 위험지역에 도청 장비를 설치하는 국가안보국(NSA) 같은 다른 기관 요원을 보호하기도 한다.

한 전직 정보관리는 "그들은 외국어를 익히지 않고 외국인을 만나거나 정보 보고서를 올리지도 않는다"면서 접선 장소에서부터 탈출로를 찾거나 정보원을 몸수색하고 요원을 보호하는 일이 GRS팀의 주 임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