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장년층의 정치 파워가 커지는 것은 필연적 수순입니다. 세대 간 갈등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현승 SK증권 사장(사진)은 21일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세대 간 파워시프트(권력이동) 현상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2003년 GE코리아 전무로 재직할 당시 ‘늙어가는 대한민국’(삼성경제연구소)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2010년이면 50세 이상의 고령자가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번 대선 결과와 비교해보면 약 10년 전에 고령자가 선거 판도를 좌우하면서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엘리트 경제관료(행시 32회) 출신인 이 사장은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쳐 2001년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당시 인구구조 변화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2030년께 5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과반수가 돼 선거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며 “이들의 정치적 역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1인1표와 고령자의 높은 투표성향을 감안하면 장년층의 파워는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저서에서 사회적 자원의 배분을 놓고 ‘세대 간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자녀의 유치원비를 대주는 것이 급한가 아니면 노약한 부모님의 병원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절박한가, 또는 청년층의 실업보조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금을 쓸 것인가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

이 사장은 “정부 예산의 배분은 그 시대의 가치배분 못지 않게 정치적 파워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 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층과 부담을 지게 될 생산연령층 간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해법으로 사회적 합의와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세대와 계층 간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복지 재원의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