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국무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후보군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다른 자리를 채울 여성 각료를 찾고 있다.

미국 의회 전문 '더 힐(The Hill)'은 스스로 국무장관 자리를 떨쳐버린 라이스 대사의 결정이 다른 여성들에게 내각의 고위직을 노려볼 기회를 주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내각을 원하고 있고 국방부나 국무부, 재무부 등 노른자위 요직을 '백인 남성'으로만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의 재선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유권자층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모두 조만간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국무장관 후임으로 라이스 대사 대신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며 일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이미 점찍어 놓고 이르면 이번 주초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첫 여성 국방부 장관 하마평에 한때 올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등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패네타 장관의 잠재적 후계자로 오랫동안 여겨졌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여성으로 국방부에서 최고 직책인 서열 3위까지 올라 이미 '유리 천장(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부의 경우 라엘 브레이너드 국제 담당 차관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도 있다.

백악관 건보개혁 국장을 지낸 낸시-앤 드팔 비서실 정책 담당 차장의 비서실장 승진도 점칠 수 있다.

앨리사 매스트로모나코 비서실 운영 담당 차장도 있다.

내각 직책은 아니지만 비서실장은 행정부에서 대통령 본인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라이스가 잠정적인 국무장관 후보에서 멀어졌지만 다양성은 오바마 대통령이 각료를 선임하는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니 대변인은 그러면서 라이스가 유엔 대사로서 오바마 행정부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년간 국무부 수장은 여성이 세 차례나 맡았지만, 국방부나 재무부는 여성 장관이 없었고 백악관 비서실장도 전부 남성이었다.

반면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 고문을 비롯해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직에 여성이 다수 포진한 상태에서 구태여 국방 또는 재무장관을 여성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국방장관으로는 척 헤이글(공화·네브라스카) 상원의원, 재무장관으로는 제이콥 류 백악관 비서실장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