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김정일 미라
요즘엔 주로 공산권 권력자들의 시신이 미라로 만들어진다. 옛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 중국 마오쩌둥, 북한 김일성, 베트남 호찌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모두 시신의 영구보존처리를 원했던 건 아니다. 레닌은 페테르부르크의 어머니 묘 옆에 묻히기를 바랐지만 스탈린이 미라로 만들어 모스크바 붉은 광장 묘에 안치했다. 우상화를 통해 체제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이었다. 화장 뒤 산골(散骨)하라고 유언한 마오쩌둥의 시신도 방부 처리된 후 톈안먼 광장의 기념관에 안치됐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다. 먼저 주검에서 뇌와 장기를 꺼낸 다음 발삼과 각종 방부제, 향료 등이 섞인 보존액에 담근다. 8~12개월쯤 지난 후 꺼내서 습기를 제거하고 절개 부위를 봉합한다. 대중 공개를 감안해 얼굴을 메이크업하고 몸체는 붕대나 가죽으로 감싸는 게 보통이다. 이런 과정을 거쳤더라도 부패나 산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수시로 시신에 방부제를 바르고 가끔 보존액에 담그는 유지 작업이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일성 주검을 미라로 만들 당시 100만달러가 들었고, 유지하는 데도 연 80만달러 이상씩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상을 뜬 김정일 시신도 영구보존처리 후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에 안치돼 오는 17일부터 공개된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물론 일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참배’를 허용할 모양이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영구보존 처리와 관람시설, 추모공원 조성 등에 1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추모공원만 해도 유럽 잔디와 정원수를 수입해 쓰는 등 최고급으로 치장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에 타격이 적지 않을 거라고 한다. 더구나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반대하는 장거리 로켓을 12일 기어코 쏘아올리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체제유지에만 몰두하는 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주린 배를 안고 미라를 참배하며 울고불고할 북한 주민들만 더 고달프게 생겼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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