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Q스쿨 수석합격 이동환 "나를 키운 건 외팔의 아마추어 멘탈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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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사부로 모셔
3시간씩 18홀 상상으로 훈련
좋은 이미지 몸에 기억시켜
3시간씩 18홀 상상으로 훈련
좋은 이미지 몸에 기억시켜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은 이동환(25·CJ오쇼핑)이 군복무 시절 했던 ‘이미지 트레이닝’이 화제다.
이동환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미지 트레이닝 비법을 공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부모의 권유로 각종 마인드 컨트롤 전문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산업공학과 교수였던 어머니(이봉주·56)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에 근무 중인 아버지(이금철·56)가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찌감치 멘탈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셨어요.”
중학교 1학년 때에는 당시 스윙 코치 김현령 프로(39)가 멘탈 코치로 송삼섭 씨(53)를 소개해줬다. 송씨는 어떤 프로 자격증도 없었고 주니어 선수를 가르친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였지만 김씨의 사부로 통했다. 게다가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감전사고로 팔을 잃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오로지 김씨만 믿고 송씨를 ‘왕사부’로 모셨다. “당시 송 선생님은 건축업도 잠시 접은 채 레슨비를 한 푼도 안 받고 저를 위해 올인하셨어요. 대신 뭘 가르치든 간섭하지 말라고 했지요. 그분을 믿지 못하거나 걱정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는 커피숍에서 송 코치와 나란히 앉아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 눈을 감아요. 선생님께서 ‘남서울골프장 1번홀이고 바람이 어디에서 불고 있다’고 하시면 전 드라이버를 치는 ‘프리샷 루틴’(샷하기 전 반복하는 예비동작)을 말해요. 선생님이 ‘티샷을 쳤다. 어디로 갔니’ 하면 ‘오른쪽으로 갔어요’ 하고 계속 상상하면서 대화를 하는 거예요. 눈을 뜨면 안 돼요. 한 번 하면 3시간30분 정도 걸렸는데 이렇게 1주일에 세 차례 했죠.”
송씨는 현재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에이스골프연습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동환은 “매일 하는데 3시간 넘게 하지는 않고 까다로운 홀과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느낌이 좋지 않은 홀들을 집중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뭐가 좋을까. 그는 “막연하게 몇m 남았고 몇 번 아이언 치는 식으로 골프를 하는 게 아니라 7번 아이언을 쳤을 때 날아가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이를 몸에 기억시킨다”며 “처음에는 오래 걸리지만 반복하면 이런 이미지가 바로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3개의 시선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도 했다.
“하나는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때는 볼이 보이고 잔디결 등이 보이죠. 두 번째는 캐디의 시선으로 훈련합니다. 제가 캐디가 돼 제 플레이를 보는 거죠. 세 번째는 갤러리의 시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해요. 관람객이 되어 제 플레이를 보면서 18홀을 돌죠. 누가 보면 완전히 미친 놈이라고 할 거예요.”
이미지 트레이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평소에는 걸어가면서 동반자와 대화하거나 캐디랑 나누는 말까지 연상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그런 것은 빼고 샷을 하는 동작만 떠올려 30분이나 1시간 만에 끝내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어프로치샷은 좀 더 세분화한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과 경사도, 얼마나 스핀을 먹었는지, 두 번째 바운스 뒤에는 어떻게 흐르는지 등등을 감안해서 쳐요. 퍼팅은 거리감이 잘 맞아야 하고 라인도 잘 읽어야 해요. 볼이 어떻게 가고 얼마나 꺾이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죠.”
군복무 시절에는 5년간 활동했던 일본 프로골프투어를 ‘머리 속으로’ 뛰었다. “대회 스케줄이 공개돼 있고 코스를 알고 있으니까. 날짜에 맞춰 이미지로 1~4라운드 경기를 했지요. 전 매번 18홀에 18언더파를 칩니다.”
"연습장에서 잘 맞은 타구 이미지 기억하세요"
아마추어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이동환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권했다. 그는 “연습장에 못 가면 아무 곳에서나 눈을 감고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하라”며 “주변이 시끄러워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 잘 맞아 쭉 뻗어나간 타구를 기억할 겁니다. 사실 잘 맞은 느낌은 금방 잊어버리는 대신 미스샷은 오래 기억에 남죠. 잘 맞은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잘 맞은 느낌을 반복해서 살려줘야 해요.”
좋은 이미지를 상상하고 쳤는데 미스샷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실수가 나오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잊어버려야 한다. 직전 홀을 생각하면서 다음 홀에서 치면 미스샷을 자꾸 만회하려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한 홀은 왼쪽으로 갔다가 한 홀은 오른쪽으로 가게 된다”고 답했다.
또 “보통 캐디가 좌우 OB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가운데 보고 편하게 치면 된다. 그러면 왼쪽이나 오른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 지점에 집중하면서 주위 환경은 잊어버려야 한다. 외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이동환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미지 트레이닝 비법을 공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부모의 권유로 각종 마인드 컨트롤 전문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산업공학과 교수였던 어머니(이봉주·56)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에 근무 중인 아버지(이금철·56)가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찌감치 멘탈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셨어요.”
중학교 1학년 때에는 당시 스윙 코치 김현령 프로(39)가 멘탈 코치로 송삼섭 씨(53)를 소개해줬다. 송씨는 어떤 프로 자격증도 없었고 주니어 선수를 가르친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였지만 김씨의 사부로 통했다. 게다가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감전사고로 팔을 잃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오로지 김씨만 믿고 송씨를 ‘왕사부’로 모셨다. “당시 송 선생님은 건축업도 잠시 접은 채 레슨비를 한 푼도 안 받고 저를 위해 올인하셨어요. 대신 뭘 가르치든 간섭하지 말라고 했지요. 그분을 믿지 못하거나 걱정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는 커피숍에서 송 코치와 나란히 앉아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 눈을 감아요. 선생님께서 ‘남서울골프장 1번홀이고 바람이 어디에서 불고 있다’고 하시면 전 드라이버를 치는 ‘프리샷 루틴’(샷하기 전 반복하는 예비동작)을 말해요. 선생님이 ‘티샷을 쳤다. 어디로 갔니’ 하면 ‘오른쪽으로 갔어요’ 하고 계속 상상하면서 대화를 하는 거예요. 눈을 뜨면 안 돼요. 한 번 하면 3시간30분 정도 걸렸는데 이렇게 1주일에 세 차례 했죠.”
송씨는 현재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에이스골프연습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동환은 “매일 하는데 3시간 넘게 하지는 않고 까다로운 홀과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느낌이 좋지 않은 홀들을 집중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뭐가 좋을까. 그는 “막연하게 몇m 남았고 몇 번 아이언 치는 식으로 골프를 하는 게 아니라 7번 아이언을 쳤을 때 날아가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이를 몸에 기억시킨다”며 “처음에는 오래 걸리지만 반복하면 이런 이미지가 바로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3개의 시선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도 했다.
“하나는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때는 볼이 보이고 잔디결 등이 보이죠. 두 번째는 캐디의 시선으로 훈련합니다. 제가 캐디가 돼 제 플레이를 보는 거죠. 세 번째는 갤러리의 시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해요. 관람객이 되어 제 플레이를 보면서 18홀을 돌죠. 누가 보면 완전히 미친 놈이라고 할 거예요.”
이미지 트레이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평소에는 걸어가면서 동반자와 대화하거나 캐디랑 나누는 말까지 연상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그런 것은 빼고 샷을 하는 동작만 떠올려 30분이나 1시간 만에 끝내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어프로치샷은 좀 더 세분화한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과 경사도, 얼마나 스핀을 먹었는지, 두 번째 바운스 뒤에는 어떻게 흐르는지 등등을 감안해서 쳐요. 퍼팅은 거리감이 잘 맞아야 하고 라인도 잘 읽어야 해요. 볼이 어떻게 가고 얼마나 꺾이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죠.”
군복무 시절에는 5년간 활동했던 일본 프로골프투어를 ‘머리 속으로’ 뛰었다. “대회 스케줄이 공개돼 있고 코스를 알고 있으니까. 날짜에 맞춰 이미지로 1~4라운드 경기를 했지요. 전 매번 18홀에 18언더파를 칩니다.”
"연습장에서 잘 맞은 타구 이미지 기억하세요"
아마추어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이동환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권했다. 그는 “연습장에 못 가면 아무 곳에서나 눈을 감고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하라”며 “주변이 시끄러워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 잘 맞아 쭉 뻗어나간 타구를 기억할 겁니다. 사실 잘 맞은 느낌은 금방 잊어버리는 대신 미스샷은 오래 기억에 남죠. 잘 맞은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잘 맞은 느낌을 반복해서 살려줘야 해요.”
좋은 이미지를 상상하고 쳤는데 미스샷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실수가 나오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잊어버려야 한다. 직전 홀을 생각하면서 다음 홀에서 치면 미스샷을 자꾸 만회하려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한 홀은 왼쪽으로 갔다가 한 홀은 오른쪽으로 가게 된다”고 답했다.
또 “보통 캐디가 좌우 OB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가운데 보고 편하게 치면 된다. 그러면 왼쪽이나 오른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 지점에 집중하면서 주위 환경은 잊어버려야 한다. 외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