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0일 오전 9시14분

한화그룹이 교직원공제회와 손잡고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국민연금과 손잡고 만들기로 한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프로그램’(코파 펀드) 조성이 늦어지자 파트너를 새로 구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교직원공제회와 펀드를 조성하면서 기업에 불리한 ‘손실 방지 조건’을 보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공제회도 ‘코파 펀드’ 가세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교직원공제회와 총 6000억원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 매칭 펀드를 조성한다. 펀드 운용은 산업은행과 한화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맡는다. 교직원공제회가 대기업과 만드는 첫 펀드로 그동안 국민연금이 참여했던 코파 펀드와 거의 비슷한 구조다.

교직원공제회와 사모펀드(PEF)운용사 등이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차후 M&A 주체로 나서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같은 규모로 자금을 매칭해 M&A에 나서게 된다. 주요 투자자인 교직원공제회는 지난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2000억원가량을 출자하기로 승인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번주 이사장 주최의 임원회의에서 확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국민연금과 각각 5000억원 출자해 1조원 규모의 코파 펀드를 만들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펀드 조성이 지체되자 교직원공제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유럽 최대 태양광업체인 독일 큐셀을 인수한 후 추가적 해외 M&A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회에 안전장치 강화

한화그룹은 새롭게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논의하던 수준 이상의 ‘안전장치’를 교직원공제회에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과 코파 펀드를 조성한 기업들은 M&A에 따른 손실 책임을 50%까지 우선 감당해야 한다. 1000억원에 인수한 해외 기업 가치가 반토막으로 떨어져도 국민연금은 원금을 돌려받고, 기업은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이른바 ‘워터폴’(waterfall) 구조다. 삼성그룹 등 현금이 많은 대기업이 국민연금과 코파 펀드 조성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직원공제회와 조성하는 코파 펀드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공제회가 연 7% 안팎의 수익까지 우선적으로 챙길 수 있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만일 한화그룹이 매칭펀드로 해외 기업을 1000억원에 인수하고 3년 후 613억원에 팔아 손실을 내더라도 공제회는 원금에 연 7%가량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한화그룹은 한푼도 건질 수 없다는 얘기다.

■ 코파펀드

corporate partnership fund.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프로그램(CPP)’으로도 불린다. 국민연금과 국내기업이 공동으로 자금(1대1 매칭 방식)을 조성해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모펀드(PEF)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국내 20여곳과 6조원대의 펀드 약정을 맺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