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부터 의사, 변호사 등 ‘사(士)’자 전문직 남성이 줄곧 누려왔던 ‘1등 신랑감’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요즘 소개팅에 나간 미혼 여성들은 ‘이상적 배우자감’의 조건을 따질 때 상대방의 ‘직업’이나 ‘학력’보다는 ‘소득 수준’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에 사는 미혼 직장 여성 900명을 300명씩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고소득, 고학력, 전문직 남성과 만남을 주선했다. 고소득 기준은 연봉 8000만원 이상, 고학력자 기준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대’ 출신과 전국 대학 의예과, 외국 명문대 학사 출신으로 정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문직 남성을 주선받은 여성들의 84%(252명)가 실제 만남에 나갔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 같은 조사에서 95%의 여성이 실제 만남까지 이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 전문직 남성의 인기가 매우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고학력 남성의 인기도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고학력자를 소개받은 여성들의 76%(228명)가 상대 남성에게 호감을 갖고 실제 만남에 응했지만 10년 전 91%의 여성이 실제 데이트 장소에 나간 것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 수치다.

반면 최근 10년 새 고소득자 남성의 인기는 크게 올랐다. 10년 전 고소득자 남성을 소개받은 여성들은 75%만이 실제 만남에 응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여성들의 83%(249명)가 실제 만남에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신랑감 조건으로 여겨졌던 직업과 학벌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사회적인 성취가 소득 수준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우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여성들이 꼽은 1등 신랑감은 1950년대는 공무원, 1960년대 은행원, 1970~90년대 대기업 직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문직 남성이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