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 '괴물투수' 류현진(25)이 내년 2월부터 생존 경쟁을 본격 시작한다.

6년간 3천600만 달러(약 389억원) 빅리그 3선발 대우를 받고 입단하는 만큼 첫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롱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는 2013년 2월13일 막을 올린다.

투수와 포수가 먼저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 모여 몸을 풀고, 야수는 나흘 후 가세해 2월17일부터 전체 훈련을 치른다.

2월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부터 3월 말까지 열리는 34차례 시범경기가 류현진의 첫 테스트 무대다.

정규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인 류현진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빅리그 타자와의 대결에서 자신감을 찾는다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타자들의 파워에 곤욕을 겪는다면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체력훈련 필수 = 133경기를 치르는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162경기 대장정을 벌인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기에 동계훈련에서 체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등판 횟수도 현재 최대 30차례에서 33~34차례로 늘고 자연스럽게 투구 이닝도 200이닝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2006년과 2007년 각각 201⅔이닝, 211이닝을 던졌다.

◇체인지업의 각도를 살려라 = 류현진은 미국에서 '뚱보 투수' 데이비드 웰스와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투구 스타일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웰스의 주무기가 '폭포수' 커브였다면 류현진의 필살기는 예리한 체인지업이다.

'대성불패' 구대성(43·호주 시드니 블루삭스)으로부터 배운 체인지업을 앞세워 류현진은 한국에서 탈삼진 타이틀을 석권했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타격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간 1천269이닝을 던진 동안 홈런을 92개밖에 맞지 않았을 정도로 타자를 압도했다.

힘은 좋지만 유인구에 잘 속는 빅리그 타자를 제압하려면 체인지업의 각도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7년 통산 93승38패, 평균자책점 1.99를 남기고 미국에 건너간 다르빗슈 유(26)가 빅리그에 데뷔한 올해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다르빗슈도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했으나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체인지업이 밋밋하면 장타를 허용할 공산이 크기에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지려면 직구 스피드도 덩달아 높여야 한다.

◇상대 분석은 철저히 =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필두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 다섯 팀이 있다.

다저스는 162경기 중 같은 지구의 팀과 각각 19번씩 총 76차례 격돌한다.

동부·중부지구 팀과 66차례 맞붙는다.

순위 싸움은 같은 지구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갈리는 이상 류현진은 4팀 타자들의 습성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이 파악한 파크 팩터(Park factor)를 보면 고지대에 있는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와 애리조나의 홈 체이스필드는 타자 친화 구장, 다저스타디움, AT&T 파크(샌프란시스코), 펫코파크(샌디에이고)는 투수 친화구장으로 볼 수 있다.

파크 팩터는 팀의 홈런·득점, 피홈런·실점을 홈구장과 원정구장으로 대비해 본 수치로 1이상은 타자 친화 구장, 1이하는 투수 친화구장으로 평가한다.

쿠어스필드의 득점 파크 팩터는 1.579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고, 체이스필드도 1.171로 나타났다.

반면 다저스타디움(0.867), AT&T 파크(0.737), 펫코파크(0.854)의 파크 팩터는 모두 20위권 후반에 있다.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뛰는 류현진으로서는 우선 짐을 덜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팀은 리그 팀 타율 6위 이내 오를 만큼 방망이 실력이 나쁘지 않아 방심은 금물이다.

콜로라도,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득점에서 각각 리그 3,4,6위에 올랐다.

◇목표는 두자릿수 승리 =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는 총 16팀에서 46명.
다저스 투수 중 클레이튼 커쇼(14승), 크리스 카푸아노(12승), 채드 빌링슬리·조 블랜턴·애런 해렁(10승) 5명이 10승 고지를 밟았다.

3~4선발이 유력한 류현진은 최소 10승 이상을 올려야 이름값을 했다는 얘기를 받을 수 있다.

류현진이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킨다면 다르빗슈가 올해 작성한 일본인 투수 빅리그 데뷔 최다승(16승)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류현진의 뒤에는 애드리언 곤살레스, 헨리 라미레스, 맷 켐프 등 강타선이 버티고 있어 불가능한 기록도 아니다.

한국의 간판 투수와 일본의 대표가 미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어서 양국 팬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그보다도 류현진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데 큰 힘을 보탠다면 전국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다저스는 2010년부터 3년 내리 가을 잔치에서 제외됐다.

올해 3월 다저스를 사들인 전설적인 농구스타 매직 존슨 등 새 주인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고 있어 이적료를 포함해 6천353만 달러(약 687억원)라는 거액을 받고 다저스 식구가 된 류현진의 어깨가 무겁다.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온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코리아 열풍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