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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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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으면…" 하는 후회
    하루하루 추억 만드는 게 보람있는 인생

    김은선 < 보령제약 회장 eskimm@boryung.co.kr >
    “애들 아빠가 애들 보고 가족여행 가자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서 가끔씩 듣는 말이다. 말을 꺼낸 가장이나 그 모습을 보는 엄마가 민망했을 걸 생각하니 한편으로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애들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주말조차 없이 바쁜 게 요즘 아이들인데, 항상 입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민망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그 부부는 “아이들이 벌써 저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부모는 그렇게 자식의 성장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품 안에서 재롱을 피우던 아이들이 어느새 불쑥 자라서, 이제 안아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이미 부모보다 더 덩치가 커진 아이들에게 오히려 안길 판이다.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하려는 날, 엄마 따라가겠다고 현관까지 쫓아 나와 조르던 아이가 이제는 제 방 책상에 앉아 건성으로 인사만 한다.

    그럴 때 부모는 “그때 더 많이 안아볼 걸” “그때 더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낼 걸” 하며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지만, 아기였을 때 포근히 안아 줄 수 있었던 그 느낌, 조막만한 손을 잡고 같이 놀이동산으로 놀러 갔을 때의 그 느낌은 다시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나는 후배들이나 아아가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지금 실컷 사랑해 주세요” “지금 힘껏 안아주세요” “아이들과 같이하고 싶은 것은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하세요, 여행이든 무엇이든 간에”. 아기일 때, 초등학생일 때, 중학생일 때,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한다면 몇 년 뒤에나 그 이후에 아쉬워할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니까.

    비단 자식들과의 관계에 국한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결국 값진 추억이 돼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스스로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일을 하고, 하고 싶은 표현을 하고 싶을 때 하며 하루하루를 산다면 결국 한 해의, 한때의, 그리고 인생의 값진 추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추억에 남을 하루 이틀 동안의 여행,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인생을 더욱 살 만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할 수 있을 때 그 일을 하자. 언젠가 “나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살았다”고 회고할 수 있다면, 그만큼 값진 인생도 없을 것이다.

    김은선 < 보령제약 회장 eskimm@boryu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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