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력 '뚝'…'비상' 발령 직전까지 갔다
기업 수요관리로 전력 확보
민간 발전사업자까지 동원
“한전에 배전시설 전압을 무조건 낮추라고 하세요.”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수급 비상대책 상황실. 현장을 지휘하던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오전 10시15분쯤 관리기준인 450만㎾ 밑으로 내려간 예비전력 수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10분이 지나자 전광판의 숫자는 388만㎾까지 급감했다. 이대로라면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비상 1단계인 ‘관심단계’가 발령될 상황이었다.
◆긴박한 전력확보 총력전
현장에 있던 10여명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모두가 비상 발령을 준비하며 초조하게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 순간 예비전력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서 전력거래소의 지시로 한전에서 배전시설 전압을 2.5% 정도 떨어뜨리자 95만㎾가량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내 전력수급의 컨트롤타워인 전력거래소는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호기 이사장을 비롯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상황실로 출근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예년보다 일찍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서울 춘천 등 일부 지역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 10도로 뚝 떨어질 것이란 예보가 있어서다. 여기에 영광 3·4·5호기 등 원전 6기가 멈춰 있는 것도 긴장감을 키웠다.
전력당국은 이에 따라 기업이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조업을 피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수요관리 규모를 전날(55만㎾)보다 3배 이상 많은 187만㎾로 늘렸다. 또 아파트단지 등에서 민간 발전사업을 하는 구역전기사업자를 동원, 56만㎾를 확보했다. 아침부터 총력전을 편 끝에 240만㎾ 정도의 예비전력을 추가 확보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이날 오후 5시43분께 예비전력은 일중 최저인 377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오전 2시간만 절전을”
만약 이 같은 비상 수급 조치가 없었다면 이날 예비전력은 비상 상황 ‘경계단계’인 200만㎾ 초반대로 떨어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조 센터장은 “조업시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쉬운 철강과 시멘트업체가 수요관리에 주로 참여했다”며 “수요관리가 없는 상태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1기라도 멈춰서면 순환정전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100만㎾급 원전인 울진 6호기가 6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가면 전력 공급은 다소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들어 원전이 예고 없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수급의 걸림돌이다. 또 위조 인증서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 5·6호기가 조기에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지금 같은 전력난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남 이사장은 “오후에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오전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며 “국민들이 오전 9시~11시30분 동안 절전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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