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누가 더 많은 거짓말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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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對 과거의 그림자 싸움에 누가 되든 미래의 천국은 없다
잘못 찍으면 긴 세월 후회해야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잘못 찍으면 긴 세월 후회해야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유령들의 대선’이란 말이 꼭 맞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입으로는 미래를 말하면서도 서로 상대를, 그래서 결국 자신을 과거의 그림자 안에 가두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을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은 박정희와 노무현이고, ‘박정희의 딸’과 ‘노무현의 친구’가 각자의 정체성이다. 그 대결구도가 과거 대 과거의 싸움인 것은 필연이다. 그제 후보들 간 첫 TV토론이 철저히 상대의 부정으로 일관함으로써 유권자들을 짜증나게 한 것도 그 연장이다.
미래를 기치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철수도 스스로 미래를 버리고 과거에 몸을 던졌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자산으로 구악(舊惡)과의 단절을 내걸었던 그에게 열광했던 지지자들의 기대를 뒤로 하고 맥없이 물러난 순간 새정치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으며 과거에 집착한 싸움만 있다는 말은 그의 퇴장처럼 공허하고 자기모순적이다.
과거를 묻어버릴 수는 없다. 정권에 대한 심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존재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지난 5년 국정의 잘잘못을 평가받고 정권을 더 맡아도 될 만큼 공(功)이 과(過)를 앞서는지 국민 판단을 구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다. 민주당에는 5년 전 그들의 실정(失政)으로 뺏긴 정권을 되찾기 위한 그동안의 준비가 어떠했는지, 그것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다. 국민들은 오는 19일 ‘이명박 정권의 연장’과 ‘노무현 시즌2’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책임있고, 정권을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문제는 어느 진영이나 지난 날에 대한 반성없이 옛날 그 얼굴들이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패의 헛바퀴만 돌 뿐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선명한 것도 아니다. 박·문 후보 모두 미래의 꿈을 열심히 팔고는 있지만 둘 다 그렇고 그런 엇비슷한 상품을 사달라고 한다. 뭘 보고 골라야 할지 국민들은 헷갈린다.
그들의 약속부터가 그렇다. 둘 다 대통령에만 당선되면 국민생활을 몽땅 자신들이 책임져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지상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가 되든,아이는 축복 속에 태어나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공짜로 다니고 쉽게 대학에 들어가 반값 등록금으로 마칠 수 있다. 집 없는 사람은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살 수 있으니 걱정없고 직장인은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경제가 민주화되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비로소 살 만한 세상을 만나고, 임금과 대우가 형편없는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바뀐다. 잘만 되면 모든 국민은 살면서 어떤 질병에 걸려도 연간 100만원만 내고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복지천국을 만드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잡아 5년간 97조5900억원(박 후보)-173조5000억원(문 후보)이다. 그 돈은 후보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사탕발림의 복지경쟁도 따지고 보면 세금 늘리기 경쟁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되어도 걱정이지만 사실 누가 되든 걱정할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이 줄고 있는 국민들 집집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난 세금고지서가 날아갈지에 대한 얘기를 뚝 잘라먹을 때부터 그들의 약속은 실현가능한 미래가 아닌, 표 얻기에 급급한 부도수표 그 이상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미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복지천국은 환상이고 곧 그 꿈을 깨야 할 현실임을 안다. 새로운 나라가 열릴 것이란 기대도 애초 버렸다. 그럼에도 다음 정권에서 내 살림 형편이 조금이라도 펴지기를 소망한다. 당장 힘든 삶과 전혀 관계없는 과거와 이념싸움에 분노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최선이 아닌, 차선(次善) 또는 차악(次惡)일 뿐이다. 진실과 거짓이 어지럽게 뒤섞인 가운데 누가 더 많은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가려낼 수밖에 없는 대선이다. 한 번 잘못 찍으면 나중에 표를 물어 달랄 수도,애프터서비스를 해 달랄 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못 쓰게 됐다고 폐기처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5년이 아니라 더 긴 세월을 후회해야 하고 나라로서도 재앙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미래를 기치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철수도 스스로 미래를 버리고 과거에 몸을 던졌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자산으로 구악(舊惡)과의 단절을 내걸었던 그에게 열광했던 지지자들의 기대를 뒤로 하고 맥없이 물러난 순간 새정치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으며 과거에 집착한 싸움만 있다는 말은 그의 퇴장처럼 공허하고 자기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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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느 진영이나 지난 날에 대한 반성없이 옛날 그 얼굴들이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패의 헛바퀴만 돌 뿐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선명한 것도 아니다. 박·문 후보 모두 미래의 꿈을 열심히 팔고는 있지만 둘 다 그렇고 그런 엇비슷한 상품을 사달라고 한다. 뭘 보고 골라야 할지 국민들은 헷갈린다.
그들의 약속부터가 그렇다. 둘 다 대통령에만 당선되면 국민생활을 몽땅 자신들이 책임져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지상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가 되든,아이는 축복 속에 태어나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공짜로 다니고 쉽게 대학에 들어가 반값 등록금으로 마칠 수 있다. 집 없는 사람은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살 수 있으니 걱정없고 직장인은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경제가 민주화되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비로소 살 만한 세상을 만나고, 임금과 대우가 형편없는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바뀐다. 잘만 되면 모든 국민은 살면서 어떤 질병에 걸려도 연간 100만원만 내고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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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권자들에게 미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복지천국은 환상이고 곧 그 꿈을 깨야 할 현실임을 안다. 새로운 나라가 열릴 것이란 기대도 애초 버렸다. 그럼에도 다음 정권에서 내 살림 형편이 조금이라도 펴지기를 소망한다. 당장 힘든 삶과 전혀 관계없는 과거와 이념싸움에 분노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최선이 아닌, 차선(次善) 또는 차악(次惡)일 뿐이다. 진실과 거짓이 어지럽게 뒤섞인 가운데 누가 더 많은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가려낼 수밖에 없는 대선이다. 한 번 잘못 찍으면 나중에 표를 물어 달랄 수도,애프터서비스를 해 달랄 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못 쓰게 됐다고 폐기처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5년이 아니라 더 긴 세월을 후회해야 하고 나라로서도 재앙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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