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흑사회(黑社會)는 조직폭력배를 통칭하는 말이다. 무면허 불법택시는 흑차(黑車)라 한다. 한 자녀만 낳도록 한 법 때문에 호적에 오르지 못한 둘째 셋째 아이는 흑자(黑子)라고 부른다. 이처럼 중국에서 흑(黑)이란 글자는 비밀스럽고 범죄적인 행위를 지칭할 때 접두어로 많이 쓰인다.

흑감옥(黑監獄)도 마찬가지다. 흑감옥이란 일종의 불법 구금장소다. 흑감옥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경찰이나 지방의 관리들이다. 폐공장이나 빈 창고는 물론 시내의 주택을 장기임대하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 인근에만 농가와 여관을 포함, 73곳의 흑감옥이 있다고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랴오왕이 몇 해 전 보도했다.

공무원들이 흑감옥을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상적인 과정으로 사법처리하기 껄끄러운 사람에게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팡런(上訪人)은 흑감옥에서 구타와 협박 등 사적 징벌을 받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상팡런이란 억울하게 당한 일을 높은 사람에게 직접 알리러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온 사람을 말한다. 베이징에만 매년 10만명가량이 몰려든다. 모두 지방 관리나 토호세력의 횡포로 피해를 봤거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경찰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이들은 관리들을 비방하는 문서를 품에 담고 시내를 배회하며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를 노린다. 99%가 공산당원인 관리를 비방하는 것은 공산당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상팡런은 눈에 띄는 즉시 잡혀간다. 그리고 흑감옥에 며칠 갇혔다가 고향으로 돌려 보내진다. 반항하면 거친 보복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흑감옥이 횡행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거리가 먼 중국의 제도와 관습 때문이다. 고위 공산당원을 구금한 뒤 조사하는 것을 쌍규(雙規)라 하는데, 이것도 영장을 받아 구속하는 합법적인 체계를 밟지 않는다. 누가 잡아간 것인지, 어디서 어떻게 조사를 받는지 알 수 없다. 고위 공산당원도 이런 상황인데 법에 의해 일반 서민들의 인권이 지켜지긴 어렵다. 불법적인 감금과 구타가 일상화된 이유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어겼다며 8개월 된 임신부를 강제로 낙태수술대에 올리는 일까지도 발생한다.

베이징시 차오양구 인민법원이 불법구금 등의 혐의로 흑감옥 운영요원 10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곧 열 것이라고 한다. 흑감옥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는 게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총서기 등극 후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흑감옥을 없앤다고 상팡런이 없어지진 않고, 인권보호가 강화될 것 같지도 않다. 붕대로 가린다고 수술해야 할 상처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