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멈춰선 나로호, 갈길 먼 우주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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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상단 韓·러 각자 개발 구조
컨트롤타워 부재가 문제일수도
우주개발계획 원점 재검토해야"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 >
컨트롤타워 부재가 문제일수도
우주개발계획 원점 재검토해야"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 >
지난달 29일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인 3차 발사 재시도가 이륙 17분 전에 또다시 중지됐다. 2단 킥모터 노즐의 방향을 조정해 주는 ‘추력벡터제어기’에 과전류가 흐른 것이 취소 원인이다. 나로호는 지난 10월26일 발사 때도 이륙 5시간 전에 발사운용이 중지됐었다. 발사대와 발사체의 분리면에 장착된 ‘고무링’의 파손으로 고압의 헬륨가스 주입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였다. 제작상의 오류가 있었던 ‘어댑터 블록’과 파손이 되었던 ‘고무링’을 교체해 발사에 나섰으나 또 문제가 생긴 것이다.
12월5일까지로 국제기구에 통보되었던 발사예정일 안에 다시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12월에는 대통령 선거 등의 정치적 상황으로 올해 안에 다시 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발사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것도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에서 도입한 1단로켓엔진은 기술유출 우려로 보안요원들이 상시 감시를 하고 있다. 우리 엔지니어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만일 내년에 재발사를 시도한다면 대다수의 러시아 기술자들은 자국으로 귀국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1단엔진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를 일이다.
내년 재발사 시에 160명 이상의 러시아 기술자들이 또다시 2~3개월 정도 나로우주센터에 머물러야 한다. 그만큼 항공료와 체재비가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한편 러시아와의 나로호 사업 계약은 내년 4월 말로 돼 있어 그 이전에 발사를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발사재개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쉽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향후 발사재개 일정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3년 동안 나로호는 1~3차의 발사 시도를 통해 두 번의 실패와 수차례의 발사 연기를 경험했다. 이 같은 발사 실패와 연기가 우주기술 선진국에서도 없진 않지만 자꾸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나로호 사업이 거의 종료되는 시점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발사 성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속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문제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은 필요하다.
먼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나로호 개발사업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로호 개발은 한국과 러시아가 각자 개발해 통합하는 협력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나라는 1단과 상단을 각각 개발해 관리 및 발사운용을 따로 진행한다. 큰 틀에서 보면 발사체시스템 개발에 대한 책임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가 발사체시스템 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했다고 하지만 1단로켓에 접근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 수준의 설계에 참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러시아가 나로호 개발 총괄 책임권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개발한 상단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각자 개발한 단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으니 실질적 시스템 통합기관이 없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상단은 이미 2009년 1차 발사 이전에 제작한 것이어서 하드웨어의 시효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항우연은 지난 4~5년간 3개월마다 상단 전장품에 대한 기능시험을 정기적으로 수행해 왔지만 노후화에 따른 성능의 감쇄는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연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상단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하드웨어에 대한 점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문제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새로 설계 및 제작, 시험을 하는 것은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렵다.
이번 나로호 3차 발사의 연이은 연기를 보면서 우리 우주기술 능력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독자기술의 우주발사체 확보는 멀고도 멀어 보인다. 나로호 개발사업의 실수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후속 발사체개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 우주개발추진체계를 포함한 국가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 >
12월5일까지로 국제기구에 통보되었던 발사예정일 안에 다시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12월에는 대통령 선거 등의 정치적 상황으로 올해 안에 다시 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발사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것도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에서 도입한 1단로켓엔진은 기술유출 우려로 보안요원들이 상시 감시를 하고 있다. 우리 엔지니어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만일 내년에 재발사를 시도한다면 대다수의 러시아 기술자들은 자국으로 귀국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1단엔진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를 일이다.
내년 재발사 시에 160명 이상의 러시아 기술자들이 또다시 2~3개월 정도 나로우주센터에 머물러야 한다. 그만큼 항공료와 체재비가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한편 러시아와의 나로호 사업 계약은 내년 4월 말로 돼 있어 그 이전에 발사를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발사재개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쉽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향후 발사재개 일정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3년 동안 나로호는 1~3차의 발사 시도를 통해 두 번의 실패와 수차례의 발사 연기를 경험했다. 이 같은 발사 실패와 연기가 우주기술 선진국에서도 없진 않지만 자꾸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나로호 사업이 거의 종료되는 시점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발사 성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속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문제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은 필요하다.
먼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나로호 개발사업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로호 개발은 한국과 러시아가 각자 개발해 통합하는 협력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나라는 1단과 상단을 각각 개발해 관리 및 발사운용을 따로 진행한다. 큰 틀에서 보면 발사체시스템 개발에 대한 책임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가 발사체시스템 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했다고 하지만 1단로켓에 접근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 수준의 설계에 참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러시아가 나로호 개발 총괄 책임권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개발한 상단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각자 개발한 단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으니 실질적 시스템 통합기관이 없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상단은 이미 2009년 1차 발사 이전에 제작한 것이어서 하드웨어의 시효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항우연은 지난 4~5년간 3개월마다 상단 전장품에 대한 기능시험을 정기적으로 수행해 왔지만 노후화에 따른 성능의 감쇄는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연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상단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하드웨어에 대한 점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문제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새로 설계 및 제작, 시험을 하는 것은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렵다.
이번 나로호 3차 발사의 연이은 연기를 보면서 우리 우주기술 능력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독자기술의 우주발사체 확보는 멀고도 멀어 보인다. 나로호 개발사업의 실수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후속 발사체개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 우주개발추진체계를 포함한 국가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