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수익 회수기간 더 앞당겨야"
“투자 시점부터 수익 실현까지의 기간을 좀 더 앞당겨 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준호 하나은행 도곡 PB센터 센터장(47·사진)은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장기 투자’를 투자의 정석으로만 생각하기는 힘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 센터장은 ‘PB 명가’ 하나은행이 2005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홍콩 PB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에 파견한 자산관리 분야 최고전문가다.

채 센터장은 “한때 해외 이머징펀드에서 50~100%까지 수익률을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국가의, 어떤 자산에 투자해도 그런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다”며 “‘어디에 투자를 할까’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를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번에 투자하는 대신, 투자자산의 가격변동 추이를 보며 2~3번 정도 기간을 나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당초 기대했던 목표 수익률을 실현한 경우 일정 규모 이상 매도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금융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추가 인하되면서 저금리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도피했던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받아들이면서 높은 수익을 좇아가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수익률로는 물가 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채 센터장은 최근 2~3년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해외 채권형 상품들은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쏠림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엔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보다 이해가 쉬운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들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 센터장은 “특히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받은 대기업 임직원이나 현금 흐름이 좋은 게임업체 경영자들 위주로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저가로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예전과 같이 부동산으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얻기는 힘들다”며 “수익형 상가 위주로 부동산 매입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내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5%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너무 덩치가 큰 부동산을 갖고 있거나, 나이가 들면서 상속 등에 따른 세금 문제에 예민해진 투자자들이 보유 부동산을 팔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채 센터장은 그러나 “부동산 매각을 원하지만 매도 희망가와 시장 가격 간 편차가 커서 매도결정을 미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상속이 이뤄졌을 때 공동으로 지분을 가진 자녀들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 등이 있는 만큼 비재무적인 요인까지 고려해 사전 증여 등의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