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경영에 눈뜨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 제네릭(복제약)산업이 뿌리째 뽑히는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황유식 한미약품 이사는 28일 서울 방배동 제약협회에서 열린 특허청-제약회사 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허청이 마련한 이날 행사엔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외 40여개 제약사 임원 혹은 연구소장 60여명이 참석했다.

황 이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3년 이후 시행될 허가-특허연계제의 파고가 의외로 높다”며 “잘 대처하면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허가-특허연계제는 제네릭을 출시하기 전 제조사가 오리지널 허가권자(기업)에 이를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오리지널 허가권자가 제네릭 제조사에 특허침해 소송을 걸 수 있게 한 것이다. 제네릭 제조사로서는 제품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각종 비용이 늘어나 큰 부담이 된다. 반면 이 절차를 별 탈 없이 넘어간 첫 번째 제네릭 제조사에는 180일간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특권을 준다.

황 이사는 “미국은 현재 허가-특허연계제를 통해 이스라엘 인도 등의 글로벌 제네릭 기업에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를 주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도 특허 중심 연구·개발(R&D)을 통해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제네릭과 개량신약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보다 남미 중동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에 진출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크다”며 “제품 진입 시점을 판단할 수 있게 각국 제약기업 특허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일괄적으로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호원 특허청장은 “구체적인 정보 범위를 요청하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장우익 한독약품 부사장은 “항암신약의 경우 특허로 연결해 독점적 기술을 주장할 수 있는 약물효과 작용점이 굉장히 많은데 학계에서 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산업계가 이를 활용할 수 있게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