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8일 오후 3시35분


한국에서 자산운용사업부문을 철수키로 한 골드만삭스가 부랴부랴 국민연금 달래기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28일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을 한국에 보내 “자산운용부문을 철수키로 한 것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전략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을 방문한 에반스 부회장은 “골드만삭스그룹 차원에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투자은행(IB) 부문을 더 강화하고 있는 등 앞으로 여러 방식으로 이런 의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국민연금에 사전 설명 없이 자산운용부문을 철수키로 한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이사장은 이에 대해 “자산운용부문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매우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며 “국민연금으로선 자금을 위탁할 해외 운용사를 선정할 때 한국시장에 기여하는 정도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동북아 금융센터를 지향하고 있는데도 골드만삭스가 자산운용부문을 철수키로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다.

에반스 부회장은 아시아지역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성장시장(growth markets)’ 최고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그룹내 2인자 중 한명으로 차기 회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가 에반스 부회장을 급히 한국에 파견한 것은 미국 출장 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한국 철수 소식을 들은 전 이사장이 골드만삭스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 이사장은 지난 13일 뉴욕에서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들과 오찬이 약속돼 있었으나 자산운용부문 철수 소식을 듣고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로서도 385조원(9월 말 기준)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과 관계가 틀어져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주식 채권을 운용할 위탁사를 선정할 때 국내에 운용 인력과 사무소를 반드시 두도록 지침을 정해놨다. 해외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역시 ‘한국과 국민연금공단 발전을 위한 기여도를 평가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IB 부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이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좀 더 강화해 평가하겠다고 한 만큼 국민연금 자금이 투입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주관사를 선정할 때 골드만삭스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