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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투자 막는 출자규제·증세…늙어가는 수출 산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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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성장할수록 우울하다 (4) 혁신정신 어디로 갔나

    해외선 기업출자 직접적으로 제한 안해
    도요타 창업주 순환출자로 경영권 유지
    지주회사 체제인 A그룹의 손자회사는 지난해 한 외국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했다. 그러나 증손회사 설립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합작투자를 포기해야 했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유망 사업에서 외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이 회사는 48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제한돼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창업주 3세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한다. 도요타 오너가(家)가 가진 지분은 2% 안팎에 불과하지만 상호 교차출자와 순환출자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도요타 계열사는 철강, 물류, 건설 등의 분야에서 일본 내에서만 100개가 넘는다.

    ◆투자 막는 출자규제

    올 10월 기준 한국의 10대 수출품목(한국무역협회 데이터베이스 기준)은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합성수지 △컴퓨터다. 이 중 60%는 20년 넘게 10위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와 철강은 35년 이상, 석유제품과 자동차는 각각 28년, 26년째 상위권이다.

    이들 산업은 기업가정신이 활발했던 1960~70년대 기업인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 노력으로 창출됐다.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막대한 자본이 투자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문제는 이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은 갈수록 늙어가는데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줄 새로운 산업이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규제와 증세정책이 투자와 혁신에 나서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정치권이 들고나온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신규법인을 설립하거나 자본을 투입하는 출자는 기업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기업들에 외부에서 돈을 수혈하지 말라는 출자규제는 투자에 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기업 출자를 직접 제한하는 규제가 없다. 상호출자도 허용한다. 일본과 독일은 상호출자를 인정하되 25%를 넘을 때만 의결권을 제한한다. 프랑스에서는 10% 미만 상호출자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대기업 지배력 확장 방지를 명분으로 내건 출자 규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정치권은 출총제 재도입과 순환출자 금지뿐 아니라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부채비율 한도를 200%에서 100%로 낮추는 지주회사 규제도 논의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출총제로 인한 투자 위축과 지주회사 규제 순응 비용, 순환출자 해소에 드는 돈을 모두 합치면 총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열회사 간 출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투자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축소지향적인 발상”이라며 “한국 경제가 더 왜소해지고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역주행하는 세제정책

    규제 강화와 함께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게 세제정책이다. 국내 상위 1%의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전체 법인이 내는 세금의 86%를 차지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6만614개 기업의 법인세 37조9619억원 중 상위 1%인 4406개사가 낸 세금이 35조5882억원이었다.

    우리와 달리 세계 각국 정부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칠레와 헝가리를 뺀 32개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다. OECD 평균 최고세율도 2000년 32.2%에서 올해 25.4%로 6.8%포인트 인하됐다. 올해 OECD 조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율은 24.2%로 대만(17%), 싱가포르(17%), 홍콩(16.5%) 등 주변 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높다.

    이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법인세 증세와 조세혜택 축소 등의 증세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인세를 1% 올리면 소비, 배당 감소 등을 포함해 총 1조4000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일자리가 0.18%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중장기적으로 세수 증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법인세율은 30%에서 22%로 낮아졌지만 법인세수는 8조7000억원에서 44조9000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법인세 인하로 국내 기업 수가 늘고 소득이 증가해 세수가 확대된 것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미국 대선 때도 대통령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감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경기침체 국면에서 증세는 내수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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