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노프 아이스, KGB, 크루저, 바카디 모히토 등 보드카나 럼을 기반으로 탄산과 과즙 등을 섞은 ‘만들어진 칵테일’ RTD(Ready To Drink) 주류 판매가 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3~7도로 낮고 단맛이 나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들 칵테일 제품은 바나 클럽에서 혼합해 마시는 게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 구입해 바로 따서 마실 수 있다는 의미에서 RTD라고 부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올 1~10월 RTD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31.3% 증가했다. 판매량이 증가하고 제품 수가 늘자 이마트는 최근 전국 84개 매장에 RTD 코너를 따로 설치하기도 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 들어 15%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전 세계 RTD 주류 판매량 1위인 스미노프 아이스(사진 왼쪽)는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4% 성장했다. 이 제품을 공급하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원호 부사장은 “주류 시장이 전체적으로 정체에 빠지거나 역신장하는 가운데 RTD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외국에서는 RTD가 대세”라며 “일본에서 주류 시장은 5년째 내리막이지만 RTD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연간 시장 규모가 전체의 13% 수준인 5조원을 넘어섰고, 호주에서는 RTD 매출이 맥주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업체들도 젊은층을 겨냥해 RTD 형태의 신제품을 최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국순당이 지난 8월 출시한 캔막걸리 ‘아이싱’(사진 오른쪽)은 알코올 도수를 4도로 낮추고 누룩향을 없앤 대신 자몽 과즙을 넣어 상큼한 맛을 냈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여 만에 250만캔이 팔렸다.

막걸리 1위 제품인 서울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제조협회도 최근 알코올 도수를 3도로 낮추고 청량감을 강화한 ‘이프’를 선보였다. 전통주 제조업체 우리술도 막걸리에 유자 과즙을 첨가한 알코올 도수 3도짜리 ‘미쓰리’를 내놨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