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통위원을 정치가 결정한다?
이미 1950년 작성된 한국은행 창립선언문에 한은의 독립이야말로 한국 금융체제에 대한 민주적 개편의 상징이라고 명시했다. 정치적 중립과 기술 전문성, 기동적 자치성 등 세 가지를 조직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금통위도 이런 정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은 금통위와 한은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들의 입맛대로 재단하고 요리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의 기능은 약화됐고, 금통위원 구성도 여야 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됐다.
금통위원 임기는 공식적으로는 4년으로 돼 있으나 평균 재임기간은 2년4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재임기간이 14년이고, 독일 연방은행 이사 재임기간이 8년인 것과 비견된다. 금통위원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2개월에 불과하다. 60년 동안 46명의 위원장을 교체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위원들의 출신 지역도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 때는 경북, 김대중 정권 때는 호남, 노무현 정권 때는 부산 경남이 강세였다.
금통위 관련 법안 중 중앙은행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통위원으로 자기 편을 심는 데만 관심을 갖는 정치권이다. 금융을 정치의 시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엉뚱하게 경제민주화를 외쳐댄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도 국회 권력이 모든 곳에서 통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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