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들어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금통위원 수를 늘리거나 바꾸자는 법안들이다. 지난 7월엔 금통위원에 중소기업과 노동계 추천 몫을 포함하자는 법안(정성호 의원)이 발의되더니 아예 대한상의와 전국은행연합회 몫을 폐지하는 대신 국회가 추천하는 2인을 추가하자는 법안(윤호중 의원)도 제출됐다. 이번에는 금융소비자위원회와 노동계가 추천하는 위원 각 1명을 추가해 위원 수를 9명으로 늘리자는 안(이인영 의원)까지 나왔다. 정치권이 이렇게 법안 발의를 자꾸 하는 것을 보니 금통위원이란 자리가 요직은 요직인 모양이다.

이미 1950년 작성된 한국은행 창립선언문에 한은의 독립이야말로 한국 금융체제에 대한 민주적 개편의 상징이라고 명시했다. 정치적 중립과 기술 전문성, 기동적 자치성 등 세 가지를 조직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금통위도 이런 정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은 금통위와 한은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들의 입맛대로 재단하고 요리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의 기능은 약화됐고, 금통위원 구성도 여야 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됐다.

금통위원 임기는 공식적으로는 4년으로 돼 있으나 평균 재임기간은 2년4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재임기간이 14년이고, 독일 연방은행 이사 재임기간이 8년인 것과 비견된다. 금통위원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2개월에 불과하다. 60년 동안 46명의 위원장을 교체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위원들의 출신 지역도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 때는 경북, 김대중 정권 때는 호남, 노무현 정권 때는 부산 경남이 강세였다.

금통위 관련 법안 중 중앙은행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통위원으로 자기 편을 심는 데만 관심을 갖는 정치권이다. 금융을 정치의 시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엉뚱하게 경제민주화를 외쳐댄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도 국회 권력이 모든 곳에서 통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