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340억달러를 넘어 1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미 한국은행의 연간 전망치(34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4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여행 등 서비스수지 쪽에서 일부 내줬지만 올해는 서비스수지마저 흑자로 바뀌면서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9개월 연속 흑자 행진

한국은행은 10월 경상수지가 58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수출 증가로 상품수지에서 52억1000만달러, 서비스수지에서 3억8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서비스수지 흑자는 여행이나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줄어들며 전달에 비해 6000만달러 늘었다.

이로써 10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341억3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억9000만달러(80.2%) 급증한 것. 올해를 두 달 남겨 놓은 시점이지만 올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26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04년과 2009년 두 차례 300억달러를 넘긴 했으나 모두 320억달러대에 머물렀다.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1998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원·달러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며 “모든 상황이 이례적이었던 그해를 제외하면 올해가 사실상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한 해”라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비스 지급이 몰리는 12월에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해도 연간 4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 부장도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11월 경상수지는 10월과 비슷한 규모의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자 구조 개선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한 건 상품수지의 견조한 증가와 서비스수지 흑자 전환이 맞물린 덕분이다. 10월까지 상품수지는 296억8000만달러 흑자를 내 지난해 같은 기간(244억2000만달러)보다 52억6000만달러(21.5%)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제유가 상승도 흑자폭을 키운 요인이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최근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이 크게 늘며 상품수지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원유를 수입해 일정 마진을 붙여 재수출하는 만큼 절대 금액 자체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53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27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서비스수지가 힘을 보탰다. 특히 올해는 서비스수지에서 14년 만에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 ‘미운오리’였던 서비스수지가 ‘백조’로 탈바꿈한 것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똑같은 흑자라 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른 건 흑자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