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양대 축인 주택 경기와 소비 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초 세금 증대와 정부 지출 감소가 동시에 이뤄지는 ‘재정절벽’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활짝 열어젖혔다. 집값도 수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아직 투자를 꺼리고 있지만 재정절벽만 잘 넘기면 기업 활동이 다시 왕성해져 내년에는 미국 경제가 ‘붐’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건 주택시장이다. 27일 발표된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9월 전월에 비해 0.3%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사 대상 20개 대도시 중 뉴욕과 시카고를 제외한 18개 도시가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라스베이거스(1.4%) 피닉스(1.1%) 등 침체가 가장 심했던 지역에서 소폭이나마 가격이 오른 점이 고무적이다.

주택시장은 2007년 거품이 붕괴되면서 미국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었던 주범이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업 등 다른 부문의 약세를 상쇄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거시경제 분석회사인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는 4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 기준 1.4% 성장할 전망이며, 이 중 0.4%포인트를 주택 부문이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의 벤 허즌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경제 부문들과 달리 주택시장은 재정절벽 등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 상승은 건설 경기 회복 등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간접적인 효과도 크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대표적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자신이 부유해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부동산 주식 등 보유 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부(富)의 효과’가 나타난 것. 지난 주말 추수감사절 연휴에도 소비자들은 작년에 비해 13% 많은 돈을 쓰며 연말 쇼핑시즌을 시작했다.

미국 콘퍼런스보드는 이달 소비자신뢰지수가 73.7로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업·고용·소득 등에 대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느끼며 앞으로 6개월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묻는 조사다. 현재 상황 지수는 56.6으로 변동이 없었지만 미래 전망 지수는 84에서 85.1로 상승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재정절벽 이슈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이 정치권의 재정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해 고용과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주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재정절벽은 경기 회복에 실제적인 위협 요소”라며 “하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경제가 상당히 강화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주택판매는 둔화됐다. 미 상무부는 10월 주택판매가 전월대비 0.3% 감소한 36만8000가구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