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경제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염과 중국 경기회복의 지연,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이슈 등에 따라 실물경제의 반영은 이제부터라는 비관론도 확대되고 있다. 그 어느때 보다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투자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 시대의 증시 향배와 핵심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내년에도 세계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함께 지나치게 과도한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가운데 저성장 패러다임을 돌파해 나갈 '성장주'가 빛을 발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상무)은 3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저성장 패러다임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식 매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내년에도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과 함께 중국의 수요가 기대 만큼 살아나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는 저성장 패러다임 영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이 상무는 전망했다. 국내 경제도 수출 회복 지연과 가계 부채 부담에 따른 내수 위축 위험으로 당분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증시가 내년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기업이익의 안정성, 낮은 시장 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자금은 지나친 위험회피 성향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상무는 "저금리와 채권가격의 강세는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동시에 상대적인 매력을 높이게 된다"며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리가 낮을수록 증시에 합당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는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내년 증시는 하반기로 갈수록 상단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실적 등을 고려한 코스피지수의 적정 수준은 2075로, 과거 10년의 변동성 평균치 수준(약 15%)을 적용한 내년 증시 전망 밴드는 1780~2400를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 증시 포트폴리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이 상무는 "불황 또는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시기일수록 '성장'은 더욱 값진 요인이 된다"면서 "성장하는 지역과 성장하는 산업, 성장하는 기업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에서 인구 고령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헬스케어, 모바일 관련 부품과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기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적인 관점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장에서 입지와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거나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소비재 기업들에 주목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자동차 업종과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고려해 비중 확대를 권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의 경우 초대형주의 이익 성장 양극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투자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초대형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진국 양적 완화정책의 수혜를 받으며 지난해 이후 이익 성장 추세가 비(非)초대형주들에 비해 두드러졌고,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거시경제 지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비초대형주의 이익은 내년에 0.9% 성장에 그치겠지만 초대형주의 이익은 11% 증가할 전망이다.

이 상무는 "자동차주의 경우 최근 감익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시장의 회의가 커지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적인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 상무가 보는 은행주 전망은 어떨까. 가계부채 등 우려 요인들을 고려하면 당분간 은행주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신용 리스크 악재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성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예대마진도 축소되고 있어 당분간 순환매 이상의 은행주 상승 흐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세계 경기 개선으로 위험 요인들이 완화되거나 가계 대출 부실화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등 악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후에야 본격적인 반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홍콩 경제지 아시아머니(Asia Money)가 실시한 '2012 브로커스 폴(Brokers Poll)'에서 한국 관련 '최우수 리서치(Best for Overall Country Research)'로 선정됐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