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그저 즐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나아가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을 좌우합니다. 문학을 통해 사람을 키웠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꾸준한 공익 사업을 통해 우리 문화계에서 가장 신망받는 기업출연재단이 될 겁니다.”

교보생명이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설립한 대산문화재단이 20주년을 맞았다.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교보생명 회장·사진)은 2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단 20주년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대산문화재단이 우리 사회가 문학을 왕성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도매상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다.

재단은 신 이사장의 선친인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이 1992년 12월29일 출범시켰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인재 육성에 정성을 쏟았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보생명의 이름을 대한교육보험으로 지을 정도였고, 이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 창립으로 이어졌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났던 신 명예회장은 ‘교육은 곧 책이고 책은 곧 문학’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재단이 ‘대산 문학 재단’이라 불릴 정도로 문학 중심으로 운영된 이유다.

대산문화재단은 20년간 대산문학상을 통해 42억4000만원, 대산창작기금 21억6000만원을 지원하며 창작 문화 발전에 앞장섰다. 한국문학 번역 지원에도 54억원 이상을 쓰며 우리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 청소년 육성 및 장학 사업에도 80억원 이상을 들였다. 20년 동안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하고 303억6000만원의 사업비를 썼다. 앞으로는 ‘디지털+청소년’을 키워드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공익사업을 고민해 펼쳐나갈 계획이다.

신 이사장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링컨의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며 “디지털 시대의 문학에서도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이 스토리를 쓰고 사람과 공유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 문화 콘텐츠 제작자의 바람직한 사고를 강조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괴력이 강해지면서 사람들이 집단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가나 제작자가 건전한 정신과 사고로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문화를 만드느냐에 따라 문화가 바뀝니다. SNS를 악용하면 문화가 왜곡되죠.”

문학이 조금 더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게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소년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작가보다 먼저 좋은 독자가 되라고 말합니다.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들거든요.”

잘 알려진 대로 신 이사장은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1979년부터 17년간 1000명이 넘는 아기를 받았다.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죠. 가끔 거리의 인파를 보면서 ‘저 중에 내가 받은 사람도 있겠지’ 싶어요. 마지막으로 받은 아이는 얼마나 자랐을까. 이번 대통령 선거는 투표할 수 있나 계산해보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을 바르게 키우는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