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캠리, 폭스바겐 골프와 파사트, 혼다 어코드…. 이들 차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세대를 거치면서 진화한 자동차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 인기를 끈 히트상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이 같이 전통 있는 세단이 유독 잘 팔린다. 미국과 중국, 유럽지역과 비교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아반떼·쏘나타·그랜저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들이다.

○쌍용 ‘코란도’ 국산 최장수 모델

한국에서 역대 판매량이 가장 많은 모델은 현대차 쏘나타다. 쏘나타는 1985년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6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내수 시장에서만 290만대가 팔렸다. 쏘나타 다음은 아반떼다. 아반떼는 1990년 데뷔한 이래 5세대 모델까지 국내 230만대, 해외 500만대가 각각 팔렸다. 국내 대형차급 시장에선 그랜저가 독주해오고 있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5세대 모델로 진화하면서 115만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국내 최장수 모델의 영예는 쌍용차 코란도가 가져갔다. 1974년 10월 1세대 모델이 탄생한 코란도는 지금의 4세대 코란도C까지 4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면서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역사를 이끌어왔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동차 브랜드 조사를 해보면 ‘코란도’라는 제품 브랜드가 쌍용차 회사보다 위에 있을 만큼 막강하다”며 “국내 최장수 모델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한국서 성공하려면 ‘전통’ 있어야

수입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역사가 오래될수록 유리하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는 모델은 대부분 장수 브랜드들이다.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골프와 파사트, BMW 5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국내 출시된 도요타 뉴 캠리는 8세대, 다음달 출시되는 혼다의 신형 어코드도 8세대다.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골프는 6세대, 파사트는 7세대 모델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수입차 등록 대수 1위를 기록 중인 어코드는 2004년 한국에 소개된 후 그동안 2만1122대가 팔렸다.

전통 세단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가격 대비 상품성이 뛰어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베스트셀링 차들은 오랫동안 세대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두터운 신뢰가 쌓였다”며 “일반 소비자들은 주변에서 많이 타고 잘 고칠 수 있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 모델도 있다. 바로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 코롤라는 전 세계에서 3700만대 이상 팔리며 단일 차종 월드 베스트셀링카 기록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선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올 1~10월 누적 판매 대수는 20대에 불과하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