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아온 중국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집중하며 부활을 꾀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한국거래소가 지난 12일부터 닷새간 중국 현지에서 진행한 코스닥 상장 중국 기업 기업설명회(IR)에 동행 취재해 이러한 중국기업들의 변화 움직임을 깊이있게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중국 기업들은 기존 제품보다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내수 시장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기존 저가제품 박리다매에서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기업으로 때깔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신규 사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착수해 진행하고 있었다. 각 업체들의 업종이 다르지만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은 시장 1위업체들이 아니다. 2~3위 또는 중하위권의 중소업체들로 중국 대륙의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힘을 쏟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서 1%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좋은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것이다.
[中상장사 투자백서③<끝>]"때깔이 변하고 있다"…고부가가치 제품 '승부수'
외벽타일 제조업체 완리는 공장과 저가주택 등에 쓰이는 기존 일반 타일보다 7배 이상 비싼 고급 외장재인 테라코타 패널 생산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지은 생산동 3개 중 1개 동에서 이 제품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 내년까지 신규 생산공장 5개 동 건설이 완료되면 전체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매출 목표는 35억위안이다.

우뤠이비아오 완리 대표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었다"며 "정권 말에는 통상 보수적인 정책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이 컸다"고 설명했다.

[中상장사 투자백서③<끝>]"때깔이 변하고 있다"…고부가가치 제품 '승부수'
그는 이어 "시진핑 정부의 성장동력이 상품 소비와 부동산 투자에서 생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수입 제품 가격을 800위안 수준으로 보면 중국 경쟁업체의 제품 가격은 200위안이다. 완리 제품의 가격은 150위안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점토 등 원재료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에 주력하는 것은 차이나킹과 차이나하오란도 마찬가지다.

차이나킹은 기존 건강식품과 더불어 차 브랜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차이나킹의 사업영역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표 브랜드인 '원강', '영생활력' 등이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동충하초 유통업 그리고 차 브랜드 사업이다.

린진성 차이나킹 대표는 "건강식품 사업은 과거처럼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낮아 식품과 차 사업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연 평균 15~20% 수준의 꾸준한 성장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사업에 새로운 사업을 덧붙여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내년 매출을 올해보다 10%가량 늘린 15억위안으로 잡았다. 영업이익률은 과거보다는 다소 줄더라도 35~40%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中상장사 투자백서③<끝>]"때깔이 변하고 있다"…고부가가치 제품 '승부수'
포장박스에 사용되는 백판지를 만드는 차이나하오란은 질 좋고 비싼 백색 카드지 생산에 힘쏟을 계획이다.

차이나하오란은 그동안 폐지 유통과 재생지 생산을 주로 해왔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포장지 수주 감소로 부침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포커카드 등에 사용되는 고급용지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허난성에 있는 상치우신하오제지와 신롱제지에 백색카드지 12만t과 탈잉크펄프 20만t 규모의 신규 공장라인을 증설 중이다.

장하오롱 차이나하오란 대표는 "중국 제지산업이 공급 과잉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저가 용지 시장은 소비 위축으로 공급이 과잉됐을 수 있지만 백색카드지 등 고급용지 산업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포커카드 판매 시장은 2004년 16억벌에서 2009년 38억벌, 오는 2017년에는 70억벌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하오롱 대표는 "허난성에 공장을 세운 것은 허난이 중원경제구역인 동시에 목재펄프를 만들 수 있는 나무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며 "허난성에 증설한 화학기계펄프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시장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상장사 투자백서③<끝>]"때깔이 변하고 있다"…고부가가치 제품 '승부수'
중국 기업들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변신에 성공할 경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내 증시에서의 '차이나 디스카운트(저평가)'까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화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이나하오란의 경우 기존에는 폐지를 유통하거나 재생지를 주로 생산하는 사업 모델이었지만 화학기계 펄프 등의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고, 완리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인 테라코타 패널의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향후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기존 사업들의 성장성이 정체된 상태에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찾고 있고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중국(상하이) =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