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천국을 만들자!’ 한국경제신문이 ‘청년신춘문예’를 신설하면서 내세운 기치다. 첨단 영상시대에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경 청년신춘문예 응모 대상인 시, 장편소설, 시나리오, 게임스토리 부문의 전문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시대의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라며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여러 번 맡았던 시인 노향림 씨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삶의 구체적 지점을 포착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는 본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시적으로 재창조해야 선명한 주제의식을 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롭게 출발하는 응모자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하기 쉽지만 약간 서투르더라도 자신만의 신선한 주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야 합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이은선 씨는 서사, 문장, 퇴고의 3박자를 강조했다. 매끄럽고 단단한 문장을 쓰는 게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서사의 힘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역시 스토리의 힘을 가장 중시했다.

그는 첫문장과 첫문단, 마지막 문장과 마지막 문단에 특히 신경을 쓰라고 말했다. “결국 좋은 문장과 매력 있는 서사는 누구나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일단 좋은 첫문장, 그 첫문장과 다음 문장의 연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 문단과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유지해야 하죠. 그런데 이 마지막 문장 역시 첫문장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컴퓨터 속에 있는 등단작의 파일 번호는 213번이다. 소설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213번을 고쳤다는 말이다. “은사이신 문학평론가 서영채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누가 알아줄지 아무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알아본다는…. 작가 지망생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시나리오 부문에 대한 조언은 영화 ‘광해’를 제작한 원동연 한국영화제작자협회 부회장에게 들었다.

“영화는 서사와 캐릭터가 중요해요. 서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캐릭터를 놓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캐릭터가 실어나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신선한 캐릭터는 최근 한국영화의 성공에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는 “정확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했다. 관객들은 웃기는 영화든 울리는 영화든 정확한 정서적 보상을 원한다는 설명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어떤 감정을 전달할지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고 그는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도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했듯이 누구에게나 신인의 시기가 있습니다. 한경 청년신춘문예로 꿈을 이루길 바랍니다.”

이재홍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게임스토리야말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심사위원들이 원고를 보면서 게임을 하듯 착각할 정도로 몰입도가 있어야 한다”고 일러줬다. 스토리의 힘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세계관(배경), 캐릭터, 개연성 있는 사건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 청년신춘문예의 응모 부문과 고료는 △시=5편 이상·당선작 고료 500만원 △장편소설=200자 원고지 1000장 안팎(줄거리 10장 별도)·2000만원 △시나리오=200장 안팎(시놉시스 10장 별도)·500만원 △게임스토리=200장 안팎(시놉시스 10장 별도)·500만원. 만 34세 이하 대한민국 남녀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마감은 내달 12일. 서울 중구 중림동 441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문화부 청년신춘문예 담당자 앞(우편번호 100-791)으로 보내면 된다.

원고는 A4 용지에 출력해서 보내면 된다. 응모작은 과거에 발표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하고, 동일한 원고를 다른 기관의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표절한 사실이 밝혀지면 당선을 취소한다. 봉투에 붉은 글씨로 신춘문예 응모작품이라고 적고 작품 첫장과 맨 뒷장에 응모 부문, 이름(필명이면 본명 병기),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원고량(200자 원고지 기준)을 꼭 적어야 한다. 장편소설은 본사가 선정하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하고 소설, 시나리오, 게임스토리의 2차 저작물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함께 영화·방송·게임 등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