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새우 모양으로 만들어도 돼요?”

“어떤 거라도 괜찮아요. 스스로 생각하고 만드는 게 중요해요.”

지난 21일 서울 독산동에 있는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 8명의 초등학생이 고사리 같은 손에 쥔 사포로 아이스핑크(단열재의 일종)를 다듬고 있었다.

이날의 주제는 ‘부족하지만 사이좋게 나눠쓰기’. 아이들은 책상 위에 놓인 아이스핑크와 찰흙 사포 조각칼 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김정은 양(흥일초 3학년)은 “학교에선 내 손으로 만들 시간이 별로 없어 이곳에 오는 수요일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서현 군(문백초 3학년)은 “영어학원보다 훨씬 재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지방자치단체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기술공작 교육기관이다. 지난 3월 서울 금천구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술공작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비는 무료다. 이명임 초등창의반 교사는 “문제 제시부터 제작 계획에 이르기까지 아이들 스스로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 위주의 수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창의와 융합’이라는 교육 목표에 걸맞게 수업은 일반 학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촛불로 가는 배 제작’ ‘열 성질 응용 소품 만들기’ ‘천연염색 의복 제작’ 등 연령에 따라 매주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작 수업을 위한 기자재도 다양하게 갖췄다. 물체에 구멍을 뚫을 때 쓰는 드릴링 머신, 납땜을 위해 필요한 전기인두, 금속 표면을 다듬을 때 사용하는 핸드 피스 등 실습용 기자재만 30여 가지에 이른다. 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직접 공작기구를 다룬다.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 한 반에 10명씩 6개반을 운영하는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에 입학을 원하는 대기 학생만 수십명에 이른다. 지난 5월부터 자녀를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한혜주 씨(39)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수학학원을 보내려던 걸 단념했다”며 “선생님들도 훌륭하고 권위적이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 9일 인천 부평구와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 제2호를 설립·운영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부평구에는 내년 3월께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가 문을 열 예정이다. 향후 예산 확보를 통해 다른 지자체로 설립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은 “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는 지역 청소년들이 공학기술 소양을 키우고 창조적 공작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사회적으로 생활공간 속에 기술공작 실습 공간을 확충하는 데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