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부품업체 디아이디의 이낙황 사장(64·사진)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갤럭시탭 10.1, 12.1 등 삼성 태블릿PC와 노트북에 탑재하는 백라이트 유닛(BLU)과 LCD 모듈(LCM)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삼성에 납품하는 BLU가 80만개, LCM은 350만개에 이른다.

이는 삼성 태블릿PC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전체 BLU와 LCM 물량의 50%에 해당한다. 이 사장은 “최근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쉴틈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BLU는 LCD의 광원(光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LCD 뒷면에 부착해 화면 곳곳에 빛을 뿌려준다. LCM은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컬러필터, 백라이트 등을 조립한 반제품이다. 디아이디는 1998년 세워졌으며 현재 삼성 태블릿PC와 노트북, 일본 샤프의 대형 TV에 들어가는 BLU와 LCM을 납품하고 있다. 일본 이화학장비 업체인 ‘야마토 사이언티픽’과 반도체 업체 ‘디아이’가 합작해 회사를 만들었다. 최근엔 가수 싸이 아버지 박원호 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디아이 자회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싸이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동화전자공업에서 세일즈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일본에서 기술전문학교를 다니며 반도체 제조 관련 기술을 배운 뒤 LCD 시장 개화를 예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외환위기 때 당시 전체 직원의 6분의 1인 100여명을 구조조정해야 했다. 또 지난해에는 경기 불황 등으로 LCD 부품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했다. 우선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04년 중국 쑤저우에 자회사 동화광전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난징에 동광광전을 설립했다. 이 사장은 “LCD 부품 시장이 위축되고 있었지만 과감한 투자를 시도했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생산 시스템이 안정을 찾고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늘어난 1831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 역시 489% 증가한 59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장기 근속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사내에 어린이집을 열어 직원들이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직원의 8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BLU와 LCM 생산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여성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녀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도록 통근버스도 마련하고 여성 고충처리 상담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속도와 품질을 향상시킨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