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대표 "셔츠 업계의 유니클로 되겠다"
“100% 캐시미어 코트 원가는 20만원대지만 백화점 수수료가 매출의 30~39%, 인건비가 10~15% 나가고 여기에 운영비와 재고 부담을 고려하면 가격을 100만원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면 판매가를 낮출 수 있죠.”

2만~4만원대 중저가 와이셔츠 브랜드로 유명한 ‘에스티코(STCO)’를 만든 김흥수 에스티오 대표(49·사진)는 26일 “보통 직장인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셔츠와 타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13년간 일한 LG패션에서 나와 2003년 창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LG패션 남성복 브랜드 ‘타운젠트’와 ‘TNGT’에서 영업·마케팅과 바이어(MD) 일을 하면서 백화점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 판매가격이 비싸지는 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유통망을 로드숍(길거리 매장)으로 돌리는 한편 ‘디자이너 없는 회사’로 방향을 잡았다. 어떻게 디자이너 없이 옷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옷을 만드는 공장(제조사)에도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여러 샘플 중에 우리 회사(판매사)의 MD가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에스티오는 10여년 동안 와이셔츠, 넥타이, 양말 등 품목별로 제조사를 1곳씩 선정, 이들에 모든 생산을 맡기고 있다. 디자인과 제작은 제조공장이 전담하되 트렌드를 알기 위한 시장조사는 에스티오의 MD와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1년 전 내놓은 ‘제로라운지’는 연회비 5만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는 신개념 온라인몰로, ‘마진 제로’를 표방한 그의 ‘야심작’이다. 제로라운지에서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최소 30%, 최대 8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셔츠뿐 아니라 정장과 고급 소재의 코트, 머플러, 수제 구두 등을 판다. 98만원(백화점 기준)짜리 ‘캐시미어 100% 코트’를 23만90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 회사는 현재 4500여명인 제로라운지 회원 수가 연말까지 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까지 1만명 회원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셔츠 1위’라는 최종 목표를 이룰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라며 “셔츠계의 ‘자라·유니클로·H&M’(세계 3대 패스트패션 브랜드)이 되겠다”고 말했다.

에스티오는 최근 연회비 10만원을 결제하면 매달 한 벌씩 셔츠를 집에 배달해주는 ‘셔츠매거진’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내년엔 중국 에스티코 사업을 확장하고 내년 가을께 여성용 블라우스, 스카프 사업 등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에스티오의 지난해 매출은 955억원이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는 6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