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나 보증기관이 내건 보증이 화근이 된 것과 달리 기업 자체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보증을 남발했다가 어려움에 빠진 경우도 많다.

지주회사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질 경우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자금보충약정’이 대표적 사례다. 자회사 대신 금융회사에 돈을 갚는 채무보증과는 다르지만 문제가 생기면 자회사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를 한다는 점에서 효과는 비슷하다. 기업들은 그동안 계열사 채무보증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자회사를 대상으로 자금보충약정을 맺어 대출을 받아 왔다. 웅진홀딩스는 자회사인 극동건설에 5000억원 안팎의 자금보충약정을 해줬다가 지난 9월 부실이 터지면서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건설업계에서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고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을 받는 경우는 이미 ‘관례’처럼 돼 있다. 금융회사들이 담보나 별다른 보증이 없기 때문에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PF사업장에 대출을 꺼리자, 시공사들이 대신 지급보증을 해준 ‘한국형 PF 보증’이다. 최근 건설사 연쇄 도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100대 건설사의 회사당 PF 지급보증 평균 잔액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의 PF 지급보증 외에도 여러 변종 형태의 우발채무 보증이 많다”며 “이런 이유로 건설사의 회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조선업체가 선주와의 계약대로 배를 짓지 못해 미리 받은 선수금을 반환해야 할 경우 금융사가 이를 대신 내주는 선수금환급보증(RG)도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최근 2~3년간 C&중공업, 녹봉조선 등 중소 조선사들이 RG 관련 갈등으로 워크아웃이 무산돼 잇달아 법정관리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외에도 사채보증, 납세보증, 어음보증, 무역어음인수보증, 상거래담보용보증, 2금융보증 등 기업들이 얽혀 있는 보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증 자체는 재무제표 상엔 부채로 잡히지 않고 우발채무로 주석사항에 표시되지만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고 채권자가 상환을 청구하면 보증이 미지급금 등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잠재적 부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