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최대 장벽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입니다. 편견을 스스로 깨는 것이 세계를 제패하는 방법입니다.”

에릭 헤즐타인 박사(사진)는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기업가정신 주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사각지대를 극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뇌 신경 전문가인 헤즐타인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컨설팅 기업 헤즐타인파트너스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생각의 빅뱅’ 저자다. 월트디즈니 연구·개발(R&D) 총괄, 미국 국가안보국(NSA) 연구소장, 국가정보국(DNI)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냈다.

그는 국내 500여명의 기업 관계자들에게 ‘기업이 혁신하지 못하는 이유’를 ‘진화론’에 빗대어 설명했다. 헤즐타인 박사는 “1955년 미국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남아 있는 곳은 13%뿐”이라며 “찰스 다윈이 말했듯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생리심리학 전공자인 그는 ‘뇌의 한계를 넘는 혁신’을 주문했다. 인간의 뇌는 2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을 때와 동일해 눈앞의 위험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의 기업환경은 ‘맹수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인들은 뇌의 사각지대를 넘어야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인들이 △조직의 잘못을 인지조차 못하고 △기업의 자원을 정해진 방법대로만 사용하며 △최악의 상황을 기회로 여기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며 △네트워크를 넓히려 노력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즐타인 박사는 우선 “사람의 눈에 맹점이 있는 이유는 뇌가 효율적인 방법으로만 정보를 처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이 기업인들도 위협과 기회 등 기업 경영에 중요한 요소를 눈앞에 두고도 간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인간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기업도 인력, 상품 등을 기존 용도 그대로 쓰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뒤집어 경영에 적용하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휴대폰을 손전등으로, 선풍기를 나뭇잎 정리에 쓸 수 있는 것처럼 혁신의 시작은 눈앞에 있는 것을 다른 용도로 써보는 것”이라며 “회사로 돌아가면 당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기가 최고의 기회’라는 말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빌 게이츠 회장의 ‘뒤집어 보기’ 전략이 성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PC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대 적은 인터넷이었다. MS의 주력제품인 ‘윈도’가 인터넷을 통해 복사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고심 끝에 “MS 윈도제품에 인터넷을 기본적 사양으로 생각하라”고 지시했다. 제품에 인터넷을 도입, 위험요소를 성공으로 바꿨다.

헤즐타인 박사는 “바로 앞만 보지 말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를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1968년 컴퓨터 과학자 앨랜 케이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태블릿에 대한 특허를 냈다”며 “그와 후학들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애플의 아이팟, 아이패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생각해본 적 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면 중간과정에서 끊임없는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인들은 끊임 없이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영역만을 지키도록 명령하는 인간의 뇌는 현대 기업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기업인들은 가까운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 강연이 끝나면 오늘 처음 본 옆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라”고 권했다. 그는 “혁신은 지적 자산만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을 통해 만들어진다”며 “당장 오늘 만난 사람과 어떤 혁신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