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말·연시 쇼핑시즌 시작을 알리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소매업체들이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소매연맹(NRF)이 조사업체 빅인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당일인 22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23일)를 거쳐 25일에 이르는 연휴 4일 동안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12.8% 많은 591억달러(약 64조1200억원)어치를 쇼핑했다. 이 기간 온·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쇼핑객도 작년보다 9% 넘게 늘어난 2억4700만명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423달러로 지난해 398달러에 비해 약 6% 늘었다.

좋은 성적표로 쇼핑시즌을 시작했지만 소매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연휴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부터 온라인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 일단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시즌 내내 소비자들을 끌기는 힘들 것이란 우려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지만 12월에는 6% 증가에 그쳤다.

가장 큰 걱정은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객들이 몰렸으나 이번에는 추수감사절 당일부터 할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쇼핑객이 분산됐다. 소매시장 분석업체인 쇼퍼트랙은 정작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매출은 작년보다 1.8% 줄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연말이 다가올수록 ‘재정절벽’ 우려가 소비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RF는 올해 전체 쇼핑시즌 매출이 지난해보다 4.1%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증가율 5.6%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에 취약한 중견 소매업체들은 더 걱정이다. 아마존 등 대형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이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회사인 컴스코어데이터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구매는 사상 처음으로 하루 10억달러를 넘어서 1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컨설팅회사인 머센트의 에릭 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후 매장에 가지 않고 일찌감치 제품을 사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