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에 기여한 전직 부총리·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달 19일 새로 선출될 대통령에게 정책 제언을 쏟아냈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70차 월례토론회’에서다. 대학생 150여명도 이들 원로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토론에 참가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우리 경제가 침체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탓만은 아니다”며 “우리 경제 자체의 구조적인 취약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경기 대책뿐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민주화가 정치논리에 휘둘려 소득의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강력 규제해야 하지만, 대기업 해체를 타깃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는 자칫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신분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국민과 젊은이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을 헤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고령화 하나만으로도 현재 34%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2050년 130%로 높아질 것”이라며 “복지는 한번 늘려 놓으면 줄일 수 없는 만큼 재정부담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학생 토론자로 나선 명지대 국어국문학과 신보라 씨도 “소득세 등 증세안으로 연간 늘어나는 세수는 5조원에 불과해 반값 등록금 한 해 예산에도 못 미친다”며 현행 복지 공약 재원 조달의 문제점을 질의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진념 부총리는 “인치(人治)가 아닌 시스템으로 사람을 잘 골라 쓰는 것이 국정의 성패를 가른다”며 캠프와 지역을 넘어선 고른 인재 등용을 제안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한국 대선이 끝나면 동북아 6개국의 리더십이 모두 바뀐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유지를 위해 한국이 동북아에서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다그 함마르셸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며 “좋은 대통령은 국민이 지옥을 피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체성 확립, 안보의식, 일자리 확대 중 하나만이라도 딱부러진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은 교육 논의가 입시문제나 반값등록금 등 기술적인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며 “젊은이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도를 만들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