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두 마리의 잉어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동양 전통사회에서 잉어는 입신출세를 상징했으니 소과와 대과에 잇달아 합격한다는 뜻일 게다. 상징성으로 보나 배경을 생략한 점으로 보나 이 그림은 동양화임이 분명하렷다. 한데 잉어를 그린 방식이 낯설다. 선을 활용, 평면적으로 그리는 동양의 그림과 다르게 입체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그림을 그린 이는 주세페 카스틸리오네(1688~1766)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가톨릭 수도사다.

르네상스 이후 로마 교황청은 해외 포교로 눈을 돌렸는데 포교의 제1원칙으로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무턱대고 낯선 종교를 들이대봤자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문화로 호감을 얻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벽안의 수도사가 붓을 든 이유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