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전체 운용 자산에서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의 부채 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매물도 투자 대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장은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는 아직 시작 단계”라며 “현재 15%인 해외 자산 비중을 4~5년 내에 20%로, 장기적으로는 3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전체 자산 대비 해외 투자 목표 비율로 30%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해외 자산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FT는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3400억달러에 이르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 6월엔 런던사무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저렴한 가격에 유럽 자산을 사들일 기회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 이사장은 “장기 투자자로서 유럽시장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유럽 국가들의 민영화 추진과 부채 축소 과정에서 시장에 나오는 자산에 관심이 있다”며 “다만 유럽 재정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하강과 관련해서는 “한 해 두 자릿수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측했던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개발 궤도에 오르는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전 이사장은 한국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서는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취임 후에는 부의 재분배와 공정성만큼이나 지속적인 경제 성장도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