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주택가격 최고점을 100으로 봤을 때 지금 70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80이 적정 수준인 만큼 내년 상반기에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 반등할 겁니다.”

분양 마케팅업체인 도우아이앤디의 이창우 사장(44)은 아파트가격이 내년 하반기 현재보다 10~15%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장은 “분양기간이 전에 비해 두 배로 길어지는 등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든 건 맞다”면서도 “전셋값이 비싸니 집을 사서 편안하게 꾸미고 안정적으로 살겠다는 실수요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거 불안을 없애려는 실수요층이 내년 거래 활성화와 주택가격 반등을 이끌 주역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집값 내년에 반등해도 최고점 회복 어렵다"
○120여개 단지 처리한 ‘분양 해결사’

이 사장은 1993년 중견 주택업체의 개발담당 부서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공동주택 용지를 매입해서 기획, 분양, 입주까지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주택 개발 프로세스를 익힌 이 사장은 1999년 분양마케팅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올해로 14년째 ‘아파트 분양 전문가’로 일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맡은 현장만도 120개 단지를 웃돈다.

그 중 2010년 6월 공급한 경기 수원시 정자동 ‘수원 SK 스카이뷰’가 기억에 남는 현장이다. “전체 단지 규모가 3498가구입니다. 주변에 미분양 물량이 워낙 많아 초기 계약률이 40%대에 그쳤죠. 자투리 공간인 ‘알파룸’ 설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내방객 20만명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분양 1년 만에 계약률을 90%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9월 선보인 화성시 동탄2신도시 1차 동시분양 단지인 ‘동탄신도시 GS센트럴 자이’(559가구)도 성공적으로 분양한 현장이다. 이 사장은 이 단지의 주요 고객층을 자녀를 둔 30대로 보고 키즈 마케팅에 치중했다. 각티슈 대신 손에 안 묻는 크레파스를 나눠주고 갓 구운 빵과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부모들의 관심 속에 5개 단지 중 가장 먼저 100% 분양을 마치고 모델하우스를 닫았다.

이 사장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SK뷰’(1442가구), 강원 강릉시 입암동 ‘강릉 더샵’(820가구), 서울 흥인동 ‘동대문 와이즈캐슬’(288실) 등 11개 현장의 분양을 맡고 있다.

○“내년 하반기 집값 반등한다”

이 사장은 내년 상반기 주택 시장이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 하락이 없는 시점이 바닥입니다. 지금 일부 급매는 이뤄지지만 가격은 여전히 약세입니다. 내년 상반기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하반기 거래가 뒷받침되면서 자연히 가격이 오를 겁니다.”

하지만 고점 회복은 힘들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고점과 바닥의 중간선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거래 활성화 정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사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고 주택수에 상관없이 특정기간 동안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 사장은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경기 상황과 정부 정책을 꼽았다. 부동산 시장에선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존재하지만 변동폭은 좁아지고 소비자들은 무수한 학습효과 결과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입지와 평면 설계 등 상품의 질이 소비자 선택 기준의 50%를 담당합니다. 건설사와 분양마케팅업체의 노력이 20%이고 나머지 30%는 시장 환경과 정부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입주가 시작되는 광교신도시를 유망지역으로 꼽았다. 금융비용과 취득세 등을 감안해도 전용 85㎡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2016년께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서울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입지·가격·평면 따져봐야”

이 사장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수요자들에게 몇 가지는 꼭 당부한다. 무엇보다 현장 탐방을 권한다. “의외로 많은 수요자들이 모델하우스 유닛에 매료돼 현장을 가보지 않고 계약합니다. 부동산 거래의 기본은 입지이기 때문에 현장을 반드시 가봐야 합니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은 임대수익률을 절대적인 계약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조언한다. ‘6% 수익률’이라는 마케팅에 현혹되면 곤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대신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소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몇 년간 공급이 뜸했다고 무작정 분양받은 뒤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개발 호재가 적은 곳은 분양 열기가 오래 가지 않습니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약해 수요가 확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같은 입지, 비슷한 가격대라면 내부 평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면적이 넓다든지, 수납공간이 풍부하면 사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