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업들은 장기전·전면전·체질전 등 3개 전쟁에 직면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내년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새 정부 출범 등이 겹쳐 경영 환경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저성장 국면이 L자형으로 길어질 전망인 데다 전 세계, 전 업종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내년 한국 기업의 6대 경영전략으로 △체질 개선 △위험 관리 △공정한 게임(페어 플레이) △생태계 구축 △원화 강세 대응 △마음 관리(힐링) 등을 제시했다.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최고경영자는 기업이 경쟁 우위에 있는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이해관련자와 협력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넥서스 경영’으로 난관을 돌파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 기조 전면 개편해야

연구소는 우선 저성장의 장기화로 긴축 경영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덩치를 키우기보다 기초 체력을 다지고 근육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다한 차입과 부채를 줄여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위험(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와 관련, 내년 위기를 ‘코코넛 위기’로 규정했다. 높은 코코넛 나무에서 2㎏이 넘는 열매가 갑자기 떨어질 경우 그 밑을 지나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 이런 상황에서는 거대한 마스터플랜보다는 위험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18대 국회의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많은 21건의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임직원이 한 단계 높은 윤리경영을 실천하도록 하고 사회공헌을 부차적 활동이 아닌 핵심 활동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전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략적 협력파트너 찾아야

연구소는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생태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경쟁 상황을 극복할 우군을 확보하고 다른 기업과도 전략적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2011년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와 게임기업 로비오가 국제선 비행기 안에서 앵그리버드 게임대회를 개최해 좋은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원화가치 상승 대응 전략 마련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제품과 서비스의 고부가가치화와 브랜드 강화 등 가격 이외 전략을 구사하고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비주류 공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 가구’(싱글)와 ‘실버 계층’, 기업별 주요 타깃에서 벗어나 있던 ‘두 번째 고객 집단’(세컨드 그룹) 등 3S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시기에는 임직원의 마음을 치유하고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구글은 매주 금요일 오후 최고경영진 중 1명이 반드시 참여해 직원과 소통하고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TGIF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